▲ 정택용 사진가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게 쌍용자동차 해고자 46명의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 해고된 지 만 10년7개월 만의 출근을 축하하는 꽃다발이 많았지만, 주는 이나 받는 이나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비가 오니까 울게 되네요.”
해고자 이덕환씨는 “막힌 가슴이 뻥 뚫리지가 않는다”며 “공장에 들어가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좋았는데, 그것마저 회사와 기업노조가 꺾어 놨다”고 울먹였다. 그는 “우리는 떳떳하다”며 “떳떳하게 어깨 펴고 정문을 통과해 안에서 싸워 우리 일자리를 찾겠다”고 말했다. 울먹이며 결의를 다지는 이씨의 말에 나머지 45명은 하늘 한 번, 땅 한 번 쳐다봤다. 대학생 딸이 아빠 출근을 축하하며 한 코 한 코 떠 준 하얀색 목도리를 목에 감은 해고자 조문경씨는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쳤다. 공장 안에서는 앞서 복직한 동료들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 즉각 부서배치”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공장 밖 눈물의 기자회견을 침통한 얼굴로 지켜봤다.

“떳떳하게 출근해 당당하게 일하겠다”

7일 마지막 남은 쌍용차 해고자이자 휴직자인 46명이 ‘출근투쟁’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8시 경기도 평택 쌍용차 정문 앞에 모인 노동자들은 “2018년 9월21일 사회적 합의에 따라 오늘부터 출근한다”며 “부서배치와 업무배치를 요구하고 당당하게 일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9월 쌍용차와 쌍용차노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사이에 이뤄진 ‘노노사정 합의’가 예정대로 지켜졌다면, 이들은 지난해 12월31일자로 부서배치와 업무배치를 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쌍용차는 쌍용차노조(기업노조)와 합의해 지난해 12월24일 이들에게 종료 기한 없는 휴직연장을 통보했다. 경영상황이 악화했다는 이유였다. 회사는 “급여의 70%를 지급하고, 복지혜택을 포함해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들 46명은 “현장에서 일하고 일한 대가를 받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월3일 복직한 김선동씨는 이날 연차를 내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출퇴근할 때마다 46명의 동료를 생각했다”며 “46명을 끝으로 부서배치를 완료하겠다던 쌍용차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치졸하고 옹졸하게 약속을 저버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휴직연장을 통보받은 후 저 역시 멘붕 속에 며칠을 보냈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차분히 해결해 나가겠다. 오늘부터 매일 출근해 사측에 부서배치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 정택용 사진가

10년7개월 만에 대표이사 만났지만

김득중 지부장을 비롯한 휴직자 46명은 정문에서 사원 번호와 신분 확인을 한 뒤 공장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30여분간 본관 로비 연좌농성 끝에 오전 10시40분께 예병태 쌍용차 대표이사와 간담회를 했다. 그러나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 예 대표이사는 “회사 경영상황이 어려워 부서배치가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며 양해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직자 중 한 명인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표이사 면담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회사가 어렵다면 이미 쌍용차 사원으로 근로계약서를 쓴 46명을 포함한 6,500 쌍용차 전체 구성원이 함께 풀어 가는 게 상식”이라며 “생과 사의 문턱을 넘나들며 견뎌 온 가장 힘든 46명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부서·업무배치가 이뤄질 때까지 매일 아침 6시30분 출근한다는 방침이다. 9일에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휴직구제신청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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