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손잡고>
국가인권위원회가 2009년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77일간 옥쇄파업을 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상대로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관련해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의견을 대법원에 제출한다.

인권위는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사무실에서 전원위원회를 열고 "경찰이 당시 파업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위법한 강제진압을 자행해 인권을 침해하고 사태를 악화했다"며 "그럼에도 가압류를 수반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행위는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대법원에 "해당 사건 소송을 심리하면서 정당방위나 정당행위 성립 여부, 과실상계 법리의 폭넓은 적용과 공동불법행위 법리의 엄격한 적용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대법원은 경찰이 "2009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파업 진압에 투입한 헬기와 기중기가 파손됐다"며 쌍용차지부와 조합원 10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심리하고 있다. 경찰은 14억7천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했다. 2013년 1심은 손해배상액을 14억1천만원으로, 2015년 2심은 11억7천만원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8월 경찰청 자체기구인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이에 대해 "파업 당시 경찰 진압이 위법했다"고 지적하며 경찰이 제기한 국가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취하하라고 경찰청에 권고했다. 올해 7월 민갑룡 경찰청장은 경찰 인권침해 사건을 사과하며 노동자의 임금·퇴직금·부동산 가압류를 취소했다. 하지만 손해배상 소송은 취하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당시 쌍용차 노동자들은 불법적인 쟁의행위를 시도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응방안이 없었다"며 "많은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국가가 갈등 조정자 역할을 게을리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벼랑 끝에 선 노동자들이 파업 외에 달리 선택할 길이 없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또 "경찰은 진압 과정에서 위법한 강제진압을 자행해 인권을 침해하고 사태를 악화했다"며 "가압류를 수반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은 정당성을 상당히 결여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노조 파업으로 경찰이 손해배상 소송을 강행해 배상을 받는다면 노동 3권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인권위는 "쟁의 과정에서의 불법행위 문제와는 별개로 이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계속된다면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 3권이 후퇴할 우려가 있다"며 "불법행위와 별개로 쟁의행위에 대한 민사소송이 증가하면 노동자 자살과 가족공동체 붕괴, 노조 와해·축소 같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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