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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노동위 구제절차 마련하자"한국노총 '직장내 괴롭힘과 노사관계' 토론회서 밝혀
▲ 한국노총

직장내 괴롭힘 금지를 담은 근로기준법이 지난 7월 시행됐지만 사업장에서는 애매한 규정과 모호한 절차로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높다. 이런 가운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 제도를 마련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쏠린다.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일반 민사법원 재판청구 외에 특수한 구제수단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씹던 껌 부하직원에 씹으라고 강요한 임원
법원 직장내 괴롭힘 인정해도 요지부동 사용자


한국노총과 행복한일연구소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직장내 괴롭힘과 노사관계'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강호 페르노리카코리아노조 위원장은 3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는 직장내 괴롭힘 사례를 증언했다.

임페리얼로 유명한 프랑스계 양주회사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장끌로드투불 사장은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았다. 자신이 씹던 껌을 야근하던 부하 직원에게 씹으라고 강요하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판매 목표를 못 채운 팀장은 밥 먹을 자격도 없으니 여기서 대가리를 박으라"고 소리친 임원을 옹호했기 때문이다. 장끌로드투불 사장은 직장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직원들에게 "욕설 안 해 본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며 "욕설도 리더십"이라고 두둔했다. 사업장에서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노조는 고용노동부와 국회에 호소했다. 국정감사장에서 이슈가 되고 노동부가 페르노리카코리아에 대한 근로감독을 벌여 과태료 400만원 처분을 내렸는데도 회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피해 노동자 8명은 해당 임원과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판결은 이달 5일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은 "부하직원에게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한 언행은 상급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행위로 불법"이라고 봤다. 또 이런 행위가 업무시간이나 회식자리에서 이뤄진 만큼 회사도 직장내 괴롭힘에 따른 피해자의 정신적 손해를 공동으로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들이 배상해야 할 위자료는 총 800만원이다.

이강호 위원장은 "판결이 나온 뒤 노사가 11일 대화테이블에 마주 앉았는데 회사 입장은 달라진 게 없었다"며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명시적 처벌 조항이 없는 법은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3자가 직장내 괴롭힘 판단해 신속히 구제하자"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직장내 괴롭힘 문제는 다층적이고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여서 적절하게 대응하려면 사전예방과 사후구제 양 측면을 망라하는 포괄적인 입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직장내 괴롭힘 행위에 대해 예방·금지 청구가 가능하도록 민법을 개정하거나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노동위원회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민사소송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동위에 구제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준희 한국경총 노동경제연구원 수석위원도 "회사가 직장내 괴롭힘 사건에 대해 조사하거나 인사조치를 해도 피해자나 가해자가 불복하면 사건이 종결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대다수 기업들이 정당한 권한이나 권위 있는 기관에서 직장내 괴롭힘 해당 여부를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위원회 심판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노동위원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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