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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필드CC 카톡 대화 문제 삼아 비정규직 해고직장동료끼리 회사 푸념한 카톡 이유로 '황당한 계약만료'
웅진그룹 계열사인 렉스필드컨트리클럽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캐디관리원 A씨는 11월20일 근로계약기간 만료 통지서를 받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정규직 전환 기대가 무너진 것은 둘째치고, 계약기간 만료 사유가 너무 황당했기 때문이다.

A씨는 "같이 일하는 직원들끼리 회사일을 하면서 힘들 때 푸념을 했는데 이를 이유로 캐디들을 포섭해 이간질을 공모했다면서 계약만료를 통보했다"며 "다른 직장인들처럼 카톡으로 회사 뒷이야기를 나눴을 뿐인데 이로 인해 해고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토로했다. A씨와 카톡 대화를 나눈 다른 직원 B씨는 돌연 사직서를 내고 잠적해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렉스필드CC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계약만료 통지서에 적힌 8가지 해고사유

5일 렉스필드CC노조(위원장 김상훈)에 따르면 회사는 정규직 전환 한 달을 앞둔 A씨에게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대표이사 명의로 작성된 계약만료 통지서<사진 참조>에는 8가지 계약해지 사유가 적시돼 있다.

통지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 ① 캐디들을 포섭해 이간질을 공모한 점 ② 허위보고에 의한 영업방해 행위를 의심받고 있는 점 ③ 대표와 본부장을 미친**로 표현해 신뢰관계 형성이 어려운 점 ④ 허위사실을 회장님께 메일로 보내 대표이사를 모함한 점 ⑤ 회사를 위태롭게 하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계획을 구체적으로 말해 직장인의 마음가짐이 크게 결여됐다고 판단케 하는 점 ⑥ 직원을 내보내기 위해 갈굼당하는 캐디를 부추겨 추근댄다는 소문을 내 보자고 공모한 점 ⑦ 캐디에게 이간질을 부추기고 서로 갈등을 유발시켜 조직을 위태롭게 하려고 행동한 점 ⑧ 헛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당사자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물어보지 않고 헛소문을 전파해 노사 간 갈등을 유발한 점이다.

종합하자면 대표이사를 험담하고 캐디들과 회사가 갈등을 겪도록 이간질을 했다는 내용이다. 김상훈 위원장은 "A씨가 캐디들을 포섭해 이간질을 공모했다고 회사가 주장하는데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2003년 문을 연 렉스필드CC는 올해 처음 흑자를 냈다. 연간 7만~8만명 수준이던 골프장 내방객이 올해 9만명을 넘어선 덕분이다. 그런데 골프장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업무도 크게 늘었다. 급기야 8월 말에는 캐디들이 집단으로 출근하지 않아 영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측은 B씨에 책임을 물어 대기발령 조치를 했다. A씨는 B씨와 함께 '부당하다'는 취지의 글을 웅진그룹 온라인 윤리제보에 투서했다. 송아무개 대표이사가 A씨의 계약만료 이유로 삼은 "허위사실을 회장님께 메일로 보내 대표이사를 모함했다"는 내용의 실상이다.

김 위원장은 "회사를 위태롭게 하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계획이라고 언급한 대목도 상당히 과장됐다"고 비판했다. A씨와 캐디 C씨가 전화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C씨가 '과거에 다른 골프장에서 캐디들이 골프 카트 열쇠를 가지고 집으로 가 골프장 영업을 못한 사례가 있었다'고 말한 것에 그저 맞장구를 쳤는데 그게 마치 회사를 위태롭게 하는 계획을 공모한 것처럼 왜곡했다는 설명이다.

비정규직 신분 악용해 절차 무시하고 계약만료

계약만료 통지서가 날아오기 이틀 전인 11월18일 송 대표이사는 A씨를 호출했다. 송 대표이사는 그와 다른 직원 B씨가 둘이서 나눈 카톡 대화 메시지를 그대로 읽으면서 '이렇게 전송한 사실이 있냐'고 확인한 뒤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그때 B씨는 사직서를 내고 잠적해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었다. A씨는 "대표이사가 개인적인 카톡 내용을 모두 다 알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지만 그때는 징계절차를 밟겠다고 해서 해고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사적으로 나눈 카톡 대화라도 3자에게 전파돼 명예를 훼손할 정도라면 징계사유가 될 수는 있다. 그런데 이럴 경우에도 인사규정이나 단체협약에 따른 징계 절차를 거쳐야 한다. 렉스필드CC는 모든 직원을 1년 계약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단협에는 계약만료일 30일 전에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되, 평가는 사용자가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 노조와 사전에 협의하도록 못 박고 있다. 더군다나 A씨는 노조 부위원장이다. 단협에는 노조간부에 대한 인사를 하기 전에 노사가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절차는 모두 무시됐다.

회사 인사팀 관계자는 "A씨에 대한 평가를 거쳐 정규직 전환 대신 계약만료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계약만료 사유에 적힌 내용이 그대로 평가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상혁 공인노무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노동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있고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절차가 있는데도 사용자가 임의로 채용을 거부한다면 부당한 해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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