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나온 지 2주가 흘렀지만 곳곳에서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계약해지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공공부문은 이달 25일까지 전환인원과 규모·예산소요액을 확정해야 하지만 9일까지로 예정된 특별실태조사조차 시작하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그 사이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 노동자들은 해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

가이드라인 발표 시점 근무자 전환대상이나…

경기도 한 지자체 B도서관은 지난달 19일 기간제 노동자 모집 공고를 냈다. B도서관에서 도서정리와 출납 업무를 하던 기간제 노동자 김아무개씨의 계약기간이 7월27일부로 만료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정부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김씨는 정규직으로 전환되지도, 계약이 갱신되지도 않았다.

앞서 지난달 5일 같은 지자체 C도서관에서도 기간제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기간제 노동자 이아무개씨의 계약만료일인 7월31일을 앞두고 신규채용을 하기 위해서다. 해당 지역 노조는 지난달 31일 이씨의 사연을 제보받고 해당 도서관과 시에 항의했다. 노조 관계자는 “해당 시를 찾아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씨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임을 알리고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하면 안 된다’고 항의했다”며 “8월1일 신규채용자가 출근할 예정이었으나 시에서 이씨의 계약기간을 9월 말까지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자체는 가이드라인 발표 시점 이후부터 8월 말까지 계약만료일인 기간제 노동자들의 계약기간을 9월 말까지 일시 연장하고, 정규직 전환 논의를 한다는 방침이다.

가이드라인 발표 시점인 7월20일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비정규 노동자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가이드라인 발표 이전에 신규채용 공고를 냈다는 이유로 대상자가 해고되기도 했다.

산청군청 교환실에서 기간제로 일하던 박아무개씨는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계약만료로 해고됐다. 박씨의 계약만료일은 7월31일이다. 산청군청은 가이드라인 발표 열흘 전인 지난달 10일 박씨에게 계약기간 만료를 통지하고 채용공고를 냈다. 그리고 지난달 21일 서류심사를 하고 25일 면접을 통해 26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박씨는 2015년 8월3일부터 교환실에서 기간제 노동자로 일했다.

박종미 민주일반연맹 경남일반노조 북부지부장은 “7월 초 산청군청을 찾아가 ‘조만간 정부 차원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이고, 상시·지속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박씨는 전환 대상자에 포함된다’고 말했지만 군에서는 가이드라인이 내려오지 않았고 계약기간이 만료돼 법적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산청군청 관계자는 “이미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기 전에 신규채용이 이뤄졌다”며 “가이드라인도 지난달 20일 발표만 됐지 24일에서야 설명회 참석 공문이 왔고, 설명회도 27일에 열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시·군·구에 배포가 됐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민주일반연맹, 자치단체 150여곳에 노정교섭 요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공부문 각 기관은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기관 내·외부인사로 위원을 구성해야 한다. 각 기관은 전환 심의위와 노사협의 등을 통해 전환대상·인원을 9일까지 파악해야 한다. 이에 민주일반연맹은 7월 말부터 노조가 설립된 자치단체 150여곳에 노정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현재 대다수 자치단체가 실태조사 미비나 준비 부족을 이유로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진주시와 창원시·함양군 등을 비롯한 지자체가 “대상자 조사가 필요하다”거나 “무기계약직 전환 모범사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노정교섭 일정 연기를 요청하거나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강동화 연맹 사무처장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방안을 당사자와 협의하라고 돼 있다”며 “노동조합은 협의 대상인 당사자로서 노정교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자체에서 내놓는 전환 대상자와 실제 대상자가 다를 가능성이 많다”며 “한 명이라도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고 제대로 된 예산편성까지 하려면 노정교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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