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서울시에 거주하는 정신질환자를 돌보는 290여명의 정신보건전문요원들이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5일 파업에 돌입했다. 그간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지부장 김성우)와 서울시·정신건강증진센터는 전문요원들의 고용안정 방안을 놓고 교섭을 했다. 지부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돌입을 알렸다.

전문요원들은 서울시가 직영하거나 위탁운영하는 25개의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1만여명의 서울지역 정신질환자들을 돌본다.

지부는 올해 2월 설립했는데, 조합원들은 관악·동대문·구로정신건강증진센터를 제외한 22곳 센터에서 일한다. 345명의 전문요원 중 290여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김성우 지부장은 “지금이라도 정신보건사업과 관련해 권한을 행사했던 진짜 사장이 책임 있게 나서 파업 사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년 계약직, 고용불안에 떠는 전문요원들

전문요원들은 1~2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는 계약직 노동자다. 노조를 만든 것도 고용불안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관악·구로·노원센터를 제외한 22곳은 전문기관이 위탁운영한다.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직영센터도 고용이 안정된 것은 아니다. 위탁운영되다 직영으로 바뀐 노원센터는 전문요원들과 10개월짜리 초단기계약을 맺어 논란이 됐다. 노동조건이 외려 나빠진 것이다.

지부는 5월부터 센터장들과 임금·단체교섭에 나섰다. 교섭에는 서울시도 참여했다. 센터에 지원되는 정신보건사업 예산을 서울시와 자치구가 절반씩 지원하는 만큼 임단협 교섭에 서울시가 빠지면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진다는 이유로 지부가 참여를 요구했다.

파업을 막을 기회도 있었다. 지난달 27일 서울시와 지부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잠정합의안에는 "센터는 위탁 변경 및 재계약시 고용승계를 명문화해 공고하도록 지자체와 협력하며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이들은 "센터는 직영전환시 고용유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데 합의하면서 "센터 및 지부와 서울시, 자치구가 참여하는 협의구조를 만들어 고용유지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의 '대화기구를 통한 고용유지 방안'을 포함시켰다.

파업 막을 기회 있었다 … 종잇조각 된 잠정합의문

지부는 잠정합의문을 토대로 센터장과 교섭을 했지만 끝내 결렬됐다. 센터장들이 잠정합의문 수용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센터장은 사용자 지위에 있지만 전문요원들의 근무와 관련해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다. 센터장들은 정신과 전문의인데, 스스로 “사회공헌을 위해 센터장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명예직이라는 것이다.

표면적인 잠정합의 거부 이유는 자치구 반대다. 센터장들은 지난 4일 22개 자치구 보건소에 공문을 보내 잠정합의안과 관련한 의견을 물었다. 한 센터장은 “자치구 의사결정도 중요한데 노조가 서울시만 압박한 것 같다”며 “서울시와 노조가 지난달 27일 합의했지만 뒤에 연휴기간이 있었고 자치구가 (합의 내용을) 검토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부는 서울시가 소통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자치구 의견을 수렴하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서울시는 이달 4일에야 센터장들에게 공문을 보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김성우 지부장은 “서울시가 자치구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지금은 지부가 찾아다니면서 자치구와 개별교섭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서울시가 문제해결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한편 각 자치구는 보건소와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를 센터에 파견해 파업으로 인한 업무공백을 최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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