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 낙하산 관리자들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고 경고파업을 벌인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 가정에 이들을 고용한 용역업체 지앤지가 협박성 '호소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본지 8월10일자 2면 ‘김포공항에 드리운 비정규직 지옥도’ 참조>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12일 3시간 경고파업을 벌인 데 이어 이달 26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노조활동 안 하는 게 유리?=15일 공공비정규직노조 서울경기지부 강서지회(지회장 손경희)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조합원들 집으로 '호소문'을 발송했다. 말이 호소문이지 내용은 노동자들을 협박하거나 회유하는 내용이 주다. ‘지앤지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로 시작하는 호소문에서 지앤지는 “지금의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으면 과업내용 불이행으로 계약이 파기될 것”이라며 “여러분은 소중한 일터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회사도 파업이나 태업에 적극 가담한 조합원들에 대해 경고 후 징계조치는 물론 정도에 따라 직장폐쇄 등의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적인 업무에 복귀하라”고 요구했다.

노조활동으로 임금을 올리는 것보다 평가를 잘 받는 게 유리하다는 주장도 했다. 회사는 “조합비로 연간 32만원을 낸다고 할 때 (노조 요구대로) 회사로부터 연간 100만원을 더 받는다면 68만원이 이익인데 SLA(Service Level Agreement) 평가를 잘 받으면 그 이상의 인센티브와 더불어 휴가도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탈퇴를 권유하는 뉘앙스다.

노조의 공공기관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준수 요구에 대해 회사는 “(시중노임단가 지급은) 법적 강제성이 전혀 없는 지침이다 보니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라며 “발주처별로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설계하는 실정이고 우리 기업 이윤에서 더 양보할 예산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손경희 지회장은 “우리는 금전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비인간적인 대우를 중단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라며 “강압적인 노예생활을 하며 인센티브를 받느니 정당한 노조활동을 통해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노동부 “휴게공간 마련” 시정지시=고용노동부가 회사에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며 시정지시를 내린 사실도 드러났다. 회사는 지난 9일 지회가 기자회견에서 열악한 휴게공간 문제를 제기하자 임시휴게실로 사용했던 장소를 '물품창고'라며 철거하겠다고 공고해 빈축을 산 바 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은 회사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에 대해 시정하라”며 “시정지시서를 근로자가 잘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하고 시정결과는 증빙자료를 첨부해 8월31일까지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제79조2)에 따르면 사업주는 환경미화원들이 접근하기 쉬운 장소에 세면·목욕시설, 탈의 및 세탁시설을 설치하고 필요한 용품과 용구를 갖춰야 한다. 회사는 14일 시정지시서를 미화원 대기실에 부착했다.

정치권에서도 나섰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4일 “정부지침은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라는 용역업체 배짱 뒤에는 낙하산 인사가 있다”며 “한국공항공사 퇴직자들이 용역업체 간부로 내려오며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는 ‘항피아’가 문제의 원흉”이라고 지적했다.

지회는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준수와 성추행을 일삼은 관리자 처벌·낙하산 인사 근절을 요구하며 한국공항공사에 교섭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지회 관계자는 “관리자 만행과 낙하산 인사 문제,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준수에 답을 줄 수 있는 곳은 원청인 공항공사”라며 “공항공사가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지회는 26일 전면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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