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수의 국제공항보다 2~3배 높은 순이익률, 지난해 기준 10년 연속 공항서비스 세계 1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자랑하는 지표들이다. 인천국제공항의 이 같은 성적표 뒤에는 간접고용 노동자 쥐어짜기가 있었다. 지난해 기준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은 1천134명인 반면 공사 하청업체 소속 간접고용 노동자는 6천286명이다.

"간접고용 위주 운영 임계치 달해"

3일 오전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지부장 박대성)는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2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 운영 전반을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맡겨 온 공사의 정책이 임계치에 달했고 이것이 사고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국제공항은 올해 초 중국인 부부·베트남인 밀입국 사건과 수하물 운송시스템 장애 등 갖가지 사고로 겪으며 '총체적 부실'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부가 공개한 공사 운영 현황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여객수와 운항편수 등은 해마다 증가하는 반면 현장 노동자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2001년 한해 인천국제공항은 8만6천720편의 운항편수에 1천454만5천451명의 승객이 다녀갔다. 그러던 것이 2014년에는 운항편수가 29만43편, 이용승객이 4천551만2천99명으로 늘었다.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수는 제자리걸음 했다. 2001년 개항 당시 5천800여명이던 간접고용 노동자는 지난해 6천286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하청 보안업체가 보안요원 비중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사가 이를 묵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력 적어 하루 6.7시간 보안순찰 공백

박대성 지부장은 "오전 8시부터 24시간 동안 14개 순찰조가 운영되지만 승객이 늘어나는 시간대에는 출입초소에서 여권·탑승권을 확인하는 업무로 파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로 인해 하루 시간 중 28%(6.7시간)는 공항 내에 순찰조가 없는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박 지회장은 여객터미널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보안을 담당하는 하청업체 소속으로 보안검색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여객터미널 보안검색 노동자가 1천200명가량 있지만 숫자가 부족해 5년 전부터 2인1조에서 1인1조로 순찰하는 지역도 있다"며 "긴급상황에 대비하고 구멍 없는 순찰을 위해서는 보안검색 인원을 500명 정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올해 초 베트남인이 무인출입국심사대를 강제로 열고 탈출한 시간대도 출입국심사대 앞 순찰조가 다른 업무에 파견돼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공항 외곽 보안에 구멍이 났는 증언도 나왔다. 특수경비대 이아무개씨는 "밀입국자가 담을 넘어 도주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된 망루에서 일한다"며 "인력이 부족해 순찰도 다니고 있어 망루 근무를 하지 않는 공백시간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은 제자리, 안전사고 우려 높아져

간접고용 노동자 위주의 인력운영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보안문제뿐만 아니라 서비스 질 하락과 안전사고 발생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2014년 기준 여객터미널에는 431명의 미화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용객이 3분의 2 수준이던 2008년에도 미화노동자 숫자는 같았다.

엘리베이터 등 승강설비는 같은 기간 150대나 늘었지만 이를 담당하는 노동자는 불과 4명을 더 채용했을 뿐이다. 공항건물과 비행기를 연결하는 탑승교 설비를 담당하는 노동자는 2008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53명이다. 이 기간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는 30%가량 늘었다.

지부는 공항의 보안과 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철 지부 정책기획국장은 "비용절감·수익창출을 앞세운 공사 경영방침으로 인해 인천국제공항이 돈 버는 공항이 되기는 했지만 국민안전은 위협받게 됐다"며 "언제든 비용절감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높은 책임감만 강요하는 대책으로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일 취임한 정일영 공사 사장은 공항 보안과 관련해 근무기강 확립과 현장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원청 사장이 하청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을 직접 돌며 점검·감독하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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