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에서 일하다 목숨을 끊은 고 한광호씨 사태와 관련해 원청 사과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을 중지시켜 달라고 법원에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현대차가 노동자 입까지 틀어막으려 한다"고 반발했다.

'노조파괴 범죄자 유성기업·현대차자본 처벌 한광호 열사 투쟁승리 범시민대책위원회'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현대차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8일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태와 한씨 죽음에 대한 원청 책임을 주장해 온 금속노조 등을 상대로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태 배후에 현대차가 있다"거나 "한씨 죽음에 대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사과해야 한다"는 표현을 온·오프라인에서 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취지다. 아울러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 인근에서 유성기업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의 상복착용을 금지시키고, 확성기를 사용한 구호·연설·장송곡 제창을 못하게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현대차의 가처분 신청을 두고 "노동자 입까지 틀어막겠다는 협박"이라고 규정했다. 유성기업범대위 관계자는 "현대차가 유성기업·창조컨설팅과 함께 노조파괴 전략을 수립하고, 시나리오 이행 과정에서 현대차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가 다수 드러난 상황"이라며 "현대차가 진실을 가리기 위해 업무방해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현대차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노조파괴로 침해당한 노동자들의 노동 3권과 그 과정에서 고통받으며 세상을 떠난 한광호 열사 죽음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법원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하는 현대차의 무분별한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현명하고 엄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회사측의 고소를 비롯한 압박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한씨는 올해 3월27일 새벽 자택 인근 야산에서 목매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의 유가족은 현대차의 사과를 요구하며 숨진 지 139일이 지나도록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