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가 가습기 살균제 1·2등급 피해자 최종 배상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피해자들이 "옥시의 사과는 악어의 눈물"이라고 반발했다.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옥시 배상안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환경보건시민센터·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는 1일 정오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옥시는 지난달 31일 정부 조사에서 1·2 등급 피해자 판정을 받은 피해자 배상계획을 발표하고 이날부터 배상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옥시는 이날 조간신문에 사과문을 일괄 게재했다.

가족모임과 단체들은 옥시의 행동을 국정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꼼수로 봤다. 이들은 "옥시는 검찰이 기소한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이런 배상안을 내놓는 것은 돈으로 피해자들의 입을 막으려는 술수"라고 반발했다.

옥시가 제시한 최종 배상안에 대해서도 "반쪽짜리 배상안"이라고 비판했다. 1·2등급 피해자에 대한 배상만 있을 뿐 3·4등급 피해자 배상안이 담겨 있지 않은 데다, 배상액도 법조계 예상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가족모임은 "판정기준이 보완돼 3·4등급 피해자들이 1·2등급으로 수정될 경우에도 모두 배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피해자들은 "옥시가 진정으로 책임을 인정하고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거라브 제인 전 옥시 사장이 한국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해야 하고, 라케시 카푸어 영국 레킷벤키저 최고경영자(CEO)와 패티 오헤이어 홍보담당 책임자가 국정조사와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유가족연대와 RB피해자위원회도 이날 "최종 배상안에 피해자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현재의 잘못이 시정될 수 있도록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옥시의 배상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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