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영 서울메트로 사장 직무대행(안전관리본부장)이 1일 오후 구의역 2층 대합실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윤정 기자

서울메트로가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또 자회사 설립과 시설개선을 통해 재발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는 “자회사 역시 또 다른 위탁계약일 뿐”이라며 “직접고용만이 정답”이라고 반발했다.

서울메트로 “공사 관리소홀이 사고 원인”

정수영 서울메트로 사장 직무대행(안전관리본부장)은 1일 오후 구의역 2층 대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 직무대행은 “지난달 28일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작업 중 목숨을 잃은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고는 고인의 잘못이 아닌 관리와 시스템의 문제가 주원인”이라고 밝혔다.

서울메트로는 당초 사고 책임이 고인에게 있다는 내용의 언급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사고 원인이 역무원의 열쇠보관함 관리소홀과 기술사업소의 작업절차 적정이행 여부 관리소홀에 있었다”고 서울메트로측의 책임을 인정했다. 정 직무대행은 이날 “고인에게는 100% 책임이 없다”고 재확인했다.

서울메트로는 재발방지 대책으로 △스크린도어 정비시 관리·감독 강화 △올해 8월 자회사 통한 유지보수 안전성·책임성 강화 △스크린도어 시설개선·관제시스템 구축 △서울메트로 직원 근무기강 확립을 제시했다. 정 직무대행은 “지난해 8월 강남역 스크린도어 정비노동자 사망사고 당시 대책을 수립했지만 현장과 괴리가 있었다”며 “이번에 노조 참여를 통해 현장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최병윤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은 “노조가 사회적 역할을 못해 다시 사고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사과드린다”며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조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안전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위해 투쟁하겠다”며 “공사 노사와 서울시,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노사민정협의회를 만들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충원과 직접고용만이 정답”

하지만 이날 서울메트로가 발표한 대책은 한계가 분명하다. 여성연맹과 고인이 속한 은성PSD노조는 성명을 내고 “자회사 설립은 (비정규직) 노조와 한 번도 논의한 적 없는 졸속적인 방안”이라며 “공사와 자회사가 위탁계약을 체결해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 적용을 받고 모든 책임은 자회사가 지는 것으로 사실상 또 다른 용역업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공사측을 향해 “기자회견에 정규직노조는 참여하면서 비정규직노조에는 단 한마디도 상의한 적이 없다”며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하철비정규직지부는 같은날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4월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우선 검수업무만이라도 직영화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서울메트로는 이를 외면한 채 자회사라는 미명하에 또 다른 외주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부는 “자회사 설립방안은 서울시와 서울메트로가 관리·감독 책임을 회피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지하철 핵심업무를 정규직화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와 관련해 정치권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구의역 스크린도어 청년근로자 사망사고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박주선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19대 국회에서 세월호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직접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제출됐지만 새누리당에 막혀 통과되지 못했다”며 “스크린도어 사망사건 재발을 막으려면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에 대해서는 정규직화하는 입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구의역 사고 재발방지법’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심상정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구의역 사고는 개인의 과실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며 “유해·위험업무 외주화를 근절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원청에 강력한 책임을 묻는 기업살인법 제정안을 재발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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