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선근 사회공공연구원 부원장(서울지하철노조 안전위원)

지난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홀로 정비하던 19살의 하청노동자가 승강장에 진입하는 전동차에 부딪쳐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망사고는 2013년 1월 성수역 사고, 지난해 8월 강남역 사고에 이어 세 번째로 발생한 유사 사고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에서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고 시행해 왔다. 그런데 왜 비슷한 사고가 계속되고 있을까.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그동안 안전대책이 실효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고는 올해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 노동자의 죽음이기에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한다.

서울메트로-외주업체 혹독한 '갑을계약'

지난해 강남역 사고 당시 서울메트로 사장은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하고 센서 등 주요 부품을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승강장 안전문 유지·보수시 안전교육 강화와 2인1조 점검(열차 감시원 배치) 시행계획도 내놓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2인1조 점검 시행 등은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인력이 부족한 탓이다. 스크린도어 외주(하청)업체 직원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장애와 고장신고 접수 뒤 1시간 이내에 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메트로와 외주(하청)업체인 은성PSD가 맺은 계약서에는 1시간 이내 출동해 24시간 이내에 고장조치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범칙금을 물어야 하고 차기 계약에도 불이익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지하철 운행시스템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훈련도 받지 못했을 신입직원이 혼자 출동해 현장조치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렇다 보니 외주업체에서는 안전보다는 빨리빨리 조치를 해야 하는 잘못된 갑을문화가 있다. 외주용역업체와 서울메트로의 공정하지 못한 계약을 당장 개선해야 한다.

해법은 정규직 직접고용

서울시 지하철 스크린도어와 관련해 올바른 안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서울메트로(1~4호)는 스크린도어 업무를 외주용역에서 자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하철 안전관리 업무인력은 직접고용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런데 중앙정부인 행정자치부는 경영효율만을 강조하며 지방공기업의 인력과 예산에 대해 지나친 통제를 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 이번 기회에 서울시와 서울메트로가 행자부를 설득해 정규직으로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

현재 정규직이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도시철도(5~8호선)는 필요한 인력을 증원해야 한다. 도시철도의 경우 서울메트로와 달리 신호업무를 맡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까지 담당해 인력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그래서 신호와 스크린도어 안전관리에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노사가 함께 검토해 부족인원이 110명이라고 확정한 만큼 이에 대한 증원이 필요하다.

둘째, 불안전한 시설은 전면적인 개량공사를 해야 한다. 센서 등 일부 부품은 내구연한이 지났는데도 예산부족으로 교체가 이뤄지지 않아 많은 장애와 고장을 유발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대폭적인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셋째, 지하철은 네트워크산업인 만큼 여러 부서와 많은 직원들의 협업으로 전동차 운행과 안전 확보가 가능하다. 현장에서 일하는 정규직·자회사·외주(하청) 노동자들과 회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노사 공동안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서울시와 이용자인 시민·장애인단체·교통전문가가 참여하는 노사민정 안전거버넌스를 구축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소통하며 지하철 안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넷째, 조직문화를 유연하고 실용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장 노동조건과 현실에 적합한 안전수칙과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점검과 유지·보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전동차를 운행하는 시간에는 선로에서 작업을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안전과 생명보다 이익을 우선하는 이 사회가 19살 청년 하청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 청년 노동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에는 반드시 안전업무 종사자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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