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과 농어촌공사 노동자들이 성과연봉제 확대시행에 동의했다. 정부가 지정한 성과연봉제 도입 선도기관인 이들 기관은 조합원 찬반투표로 이같이 결정했다.

24일 노동계에 따르면 공공노련 소속 전국전력노조는 지난 22일 임시총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재적조합원 1만4천580명 중 1만3천821명(투표율 94.8%)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중 7천924명(57.3%)이 찬성했다. 5천740명(41.5%)은 반대표를 던졌다.

정부 압박 거세지면서 도입기관 늘어

한전은 노사 간 세부협의를 거친 뒤 이달 말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확대시행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확대시행안은 성과연봉제 적용대상을 3급 이상 간부직에서 4급까지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전 직원 중에서 5·6급 비중이 적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효과를 내는 셈이다. 같은날 공공연맹 소속 농어촌공사노조도 조합원 투표 결과 투표조합원 4천437명(투표율 89.5%) 중 2천629명(59.3%)의 찬성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가결했다.

한국감정원은 이날 전 직원 찬반투표를 벌여 확대시행에 동의했다. 그런데 금융노조에 따르면 직원들은 사무실 내 업무용 컴퓨터를 통해 온라인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금융노조 감정원지부)를 배제하고 비밀·무기명 투표 원칙을 어겼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로써 120개 공공기관 중 5개 기관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 13개 기관이 노사합의를 마쳤고, 이 가운데 9곳이 18~22일 사이에 잇따라 합의에 이르렀다. 이달 중순까지도 더뎠던 도입 속도가 급물살을 탄 것은 정부가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19일과 21일 각각 산하 기관장들을 소집해 성과연봉제 확대추진 점검회의를 열었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조기이행기관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 지급계획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튿날 직접 주재한 '2016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공공부문에서부터 구조개혁을 선도할 수 있도록 성과연봉제 확대도입과 에너지·환경·교육 등 3대 분야 기능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공공부문 노동계 전열정비 … 기재부 농성도

대표 공기업 격인 한전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하면서 다른 공공기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5개 노조·연맹을 중심으로 도입 저지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어 조기도입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성과연봉제 선도기관 소속 18개 노조는 25일 오후 모임을 갖고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양대 노총 소속이거나 상급단체가 없는 27개 공기업노조가 참여하는 공기업정책연대는 30일까지 정부세종청사에서 노숙농성을 벌인다. 기재부가 선도기관에 제시한 성과연봉제 도입 완료기한인 30일을 함께 넘기겠다는 취지다.

공공연맹은 같은날 정치위원회와 중앙집행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대응계획을 수립한다. 연맹 관계자는 "5월께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를 복원하고 6월 여소야대 국회 정국을 맞아 대정부 교섭과 대규모 연대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노련은 기재부 권고안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한다. 연맹은 "정부가 지침을 통해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해고제를 도입하고 경영평가상 페널티나 임금 불이익을 주는 것은 노동자 임금·근로조건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지배·개입으로 기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연맹은 공공부문 조합원 3만여명을 대상으로 이달 중 헌법소원 청구인단을 모집해 다음달께 소장을 제출할 방침이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주요 공기업노조인 철도노조는 30일 서울역광장에서 철도노동자 총력결의대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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