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0.17 목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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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반대 이유

이 정도면 폭주다.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는 정부 얘기다. 정부 부처가 앞다퉈 산하 공공기관장을 모아 놓고 도입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하는 47곳 선도기관은 칭찬을 받을지, 본보기로 채찍을 맞을지 결정해야 한다. 나머지 공공기관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노조는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번엔 제대로 막겠다고 한다. 그들은 왜 성과연봉제를 반대할까.



국민 상대로 돈벌이하라는 것

▲ 김주영 공공노련 위원장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협업·협력체계를 중시했다. 두레·향약 다 협력체계다. 정부가 외국에 수출한다고 홍보하는 새마을운동의 기본정신도 근면·자조·협동 아닌가. 성과 중심으로 평가한다는 얘기는 결국 줄 세우기를 하겠다는 거다. 공정한 평가 틀도 없고, 그야말로 제로섬 게임이다. 한정된 밥그릇을 놓고 상호 약탈하는 거다. 지금도 공기업 간 경쟁이 과열돼 있다. 경쟁 기관이 잘못되면 박수를 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여기서 개인 간 경쟁으로 확산하면 그릇된 결론으로 치달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지엠대우가 성과연봉제를 하다 중단한 이유를 살펴야 한다. 성과평가가 어렵고 전국에 산재된 조직에서 개인을 평가하는 게 불가능하다. 지나친 경쟁으로 가다 보면 국민을 상대로 돈벌이하는 일이 벌어진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공공기관 합리화가 부서 간 칸막이 없애는 것인데, 성과연봉제는 정반대 효과를 낼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성과연봉제는 현행법을 위배할 소지도 있다. 노조와 충분히 협의해야 하는데 정부는 경영평가를 통해 일방적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공공부문 종사자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위정자들부터, 정부부터 모범적인 사용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성과연봉제, 공공서비스 악화로 국민 피해 줄 것

▲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

공공부문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다. 공공서비스의 가장 큰 수혜자는 국민이 돼야 한다. 하지만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서 성과를 창출한다는 것은 공공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공공기관이 사업을 집행하다가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데 팀워크가 이뤄진다면 옆 동료의 실수를 잡아 주고 제대로 사업을 집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과연봉제라는 틀로 재단하게 되면 내 성과를 위해 그런 팀워크는 불가능하게 된다. 옆 동료의 불행이 내 행복이 되는 잘못된 개인주의·이기주의 조직문화를 만들게 된다.

영국의 철도 민영화 사례는 어떤가. 현재 공영화로 다시 가고 있다. 공공서비스 민영화는 쥐어짜기 식 운영을 통해 결국 성과를 요구하게 돼 있다. 따라서 성과연봉제는 장기적으로 보면 조직문화를 망가뜨리고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제도다. 동료들 간 상생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국민에게 제대로 된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는 마이너스일 뿐이다. 절대 도입돼선 안 된다.

성과연봉제는 결국 퇴출제를 부를 것이다. 노동조합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에 적용하기에는 문제가 크다.


우리 사회 공공부문 운영방향, 정부 일방결정 안 된다

▲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공공부문 노동의 특징은 협업과 공익추구성이다. 일 자체가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 또 공익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기에 개인의 사익 추구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 공무원이나 공공부문 노동자에 대해 정년까지 신분을 보장하거나 연공급 체계를 적용하는 이유도 이 같은 취지다.

그런데 성과에 따라 경쟁을 시킨다면 어떨까. 두 가지 모두 파괴될 거다. 현장 직원 간 갈등뿐 아니라 이로 인해 안정적인 공공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생긴다. 이는 국민 안전과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다. 즉 성과연봉제는 노조의 문제이자 전 국민의 문제이며, 국가의 공공부문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인 만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정부는 사회적 논의과정이 전혀 없이 일방적·일률적으로 도입하려 한다. 더구나 인센티브와 페널티라는 강압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는 현 정부의 노동개악 정책에 대한 국민 심판인데, 정부가 민심을 듣기는커녕 이를 반전시키려 공공부문부터 노동개악을 시도하는 건 심각한 문제다.

이제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조들이 공동대책위원회 복원을 앞두고 있다. 정부가 선도기관이라는 약한 고리부터 무너뜨려 정책을 강행하려는 태도에도 제동을 걸고, 노동개혁과 공공개혁과 관련한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의제를 제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금융공공성 와해, 불완전판매 급증

▲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

성과연봉제는 노동자들의 무한 경쟁을 강요해 더 적은 임금으로 더 많은 노동을 쥐어짜기 위한 제도다. 정권이 저성과자 해고 합법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지금, 노동자들에게 순위를 매기는 성과연봉제는 합법적인 상시적 해고 근거로 작용할 위험도 매우 크다.

게다가 노동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주장은 허구다. 사무직종은 더욱 그렇다. 은행의 경우 영업실적은 지점의 주변 환경처럼 개선이 불가능한 고정적 변수들이 끼치는 영향 탓에 객관적 비교가 어렵다. 또한 금융상품 하나를 팔더라도 상품 개발, 계약 수주, 심사 등 많은 노동자들의 협업이 필수적인데 그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대출과 리스크 관리처럼 부서끼리의 실적 경쟁이 이해충돌을 빚거나, 무리한 실적 경쟁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져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금융공기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기업 및 가계대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금융공공성이 핵심 가치인 금융공기업이 성과 위주 임금체계로 전환한다면 국민 피해로 돌아갈 것이다.

따라서 금융산업의 성과연봉제 전면 도입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 특히나 지금처럼 정권이 사용자만을 위해 특정 임금체계를 강요하는 독재적 행태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금융노조는 금융산업의 성과연봉제 및 저성과자 해고 강제적 도입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을 불사하는 끝장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다.


정부는 의료진 성과와 국민건강 중 무엇이 우선인지 판단해야

▲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보훈병원이 평간호사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서울시 동부병원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부작용만 확인하고 2013년 호봉제로 전환했다. 이미 실패로 확인된 정책을 기획재정부 요구로 다시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보훈병원이 병원 성과연봉제 확대의 신호탄일까 우려스럽다. 보훈병원은 지난 3월 기재부의 성과연봉제 확대 선도기관 47곳 중 한 곳으로 꼽혀 성과연봉제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 국립중앙의료원 등 다른 공공병원까지 성과연봉제 확대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병원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환자의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병원 노동은 환자의 입원부터 퇴원까지 협업체계로 이뤄지는 곳이다. 의사·간호사·행정직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환자를 진료한다. 그런데 환자를 많이 봤거나, 주사를 많이 놓거나, 과잉진료를 하면 성과를 잘 냈다고 볼 수 있을까.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지도 모르는데 정부는 성과연봉제부터 일단 확대하라고 한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거나 확대해 수익을 낼 게 아니라 병원의 인력·시설·장비에 예산을 투입해 의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얼마나 부실한지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드러났다.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해 무엇을 우선할지 고민해야 한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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