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정기훈 기자

국민은 정권심판을 선택했다. 16년 만의 여소야대라는 20대 총선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박근혜 정권의 남은 2년에 빨간불이 켜졌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지역 110석·비례 13석)으로 제1당을 차지했다. 새누리당이 122석(지역 105석·비례 17석), 국민의당이 38석(지역구 25석·비례대표 13석), 정의당이 6석(지역 2석·비례 4석)으로 뒤를 이었다. 무소속 당선자가 11명이다.<표 참조> 정당득표율은 새누리당(33.5%)·국민의당(26.7%)·더불어민주당(25.5%)·정의당(7.2%) 순이다.

여당은 격랑 속으로, 야당은 경쟁 속으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새누리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가 꼽은 참패 원인은 오만함이었다. 새누리당이 공천 과정에서 오만했고 이에 실망한 민심을 전혀 헤아리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새누리당이 계파 간 갈등을 추스르고 지도부를 다시 세우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예상된다.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면을 만들어 낸 야당의 표정은 복잡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은 정부·여당의 경제실패 책임을 준엄하게 심판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번 총선의 가장 큰 의미로 새누리당 과반의석 붕괴를 꼽았다. 새누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했던 19대처럼 정부·여당의 폭주를 두고 보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표현이다.

3당으로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국회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국회에 총선정책공약이행점검단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국민은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해 온 박근혜 정부를 냉엄하게 심판했다”며 “민생을 살리는 진짜 3당이 누군지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시민사회 “노동법 개악시도·대기업 특혜정책 중단하라”

여소야대 국면이 전개됨에 따라 박근혜 정권의 남은 2년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모두 인정한 '정권심판 총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청와대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청와대는 이날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길 바란다”고 짧은 논평을 내보냈다.

시민사회는 "박근혜 정권이 민심을 받아들여 정책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정부·여당의 오만과 정책실패를 심판하고 민주주의와 민생위기에 책임을 물은 선거”라며 “국민을 벼랑 끝으로 모는 노동법 개악 시도와 대기업 특혜정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총선에서 낙천·낙선운동을 주도한 2016총선시민네트워크도 논평을 내고 “지난 3년간 정부·여당이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막지 못하고 부자·재벌에게만 혜택을 몰아주면서 경제민주화가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권이 조기 레임덕을 막고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여소야대 국면을 헤쳐 갈지, 지금처럼 불통의 마이웨이를 외치면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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