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하청업체에서 메틸알코올 중독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원청 대기업의 사외 하청업체까지 정부의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부천지역에서 삼성전자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파견노동자 4명의 시력이 손상된 것으로 확인되자 노동부는 영세업체 안전보건관리 제도개선을 위한 내부 TFT를 운영하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는 대책은 원청 대기업에 사외 하청업체 안전보건관리 의무를 지우는 방안이다.

최근 2개월간 5건의 재해가 확인된 메틸알코올 급성중독 사건 피해자들은 모두 삼성전자 3차 사외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파견노동자들이다. 사내 하청업체와는 달리 사외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원청의 안전보건관리 의무가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

노동부는 사외 하청업체에 대한 원청의 안전보건조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캠페인과 인센티브 지급을 통해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시민석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IBM의 경우 원청이 가장 마지막 하도급 단계에 있는 업체의 안전보건까지 책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나의 문화이자 의식”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프로그램에는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 하청업체와 함께 위험성평가를 받은 뒤 개선계획서를 제출해 협력업체의 안전보건 환경을 개선하는 제도다. 노동부 승인(A등급)을 받으면 정부 포상시 우선 추천 및 가점, 안전보건감독 유예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원청 대기업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에는 사내 하청업체를 포함해 사내에서 도급작업을 하는 업체 전부가 동참해야 한다. 사외 협력업체는 희망업체에 한해 참여할 수 있다.

정부는 대기업이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사외 하청업체 전부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적어도 유해물질을 다루는 사외 협력업체는 모두 참여하도록 할 것”이라며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은 하청업체 안전보건 관리에 대한 의지가 있는 만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동건강연대)는 “불법파견 판결이 나와도 정규직화하지 않는 대기업들이 권고수준에 불과한 프로그램에 얼마나 참여할지 의문”이라며 “외주화가 급증하는 시대환경을 반영해 사외 하청업체에 대해서도 원청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다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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