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협력업체에서 파견노동자들이 메틸알코올에 중독돼 실명한 산업재해 사건이 산업단지에서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법망을 피하기 위해 영세 제조업체들이 3개월 미만 초단기 파견노동자를 돌려가며 사용하는 상황이어서 안전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건강연대와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오후 국회에서 연 ‘삼성전자 하청업체 메탄올 중독사건의 함의’ 토론회에서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는 "재해를 입은 파견노동자는 업체에서 생산되는 물질이 무엇인지, 취급하는 물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생산현장에 투입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달 4일 사고를 낸 삼성전자 협력업체는 절삭 과정에서 열이 오른 알루미늄을 식히는 데 고농도 메틸알코올을 사용했다. 이상윤 공동대표는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주는 신규입사와 이직이 잦은 파견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낮다”고 지적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르면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파견은 불법이다. 일시·간헐적인 사유로 3개월 미만으로 사용할 경우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이로 인해 공단 지역에서는 영세 제조업체들이 3개월 미만 단시간 파견노동자를 돌려 쓰는 불법파견 관행이 심각하다.

또 다른 발제자인 정현철 금속노조 경기지역지회 수석부지회장에 따르면 안산·시흥지역 반월·시화공단 파견노동자는 2012년 12만347명 수준이다. 2010년 9만9천418명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중 근속기간이 6개월 미만 파견노동자는 3만7천829명으로 31.4%나 된다.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실명했거나 실명될 위기에 처한 재해자들도 3개월 미만 근속한 파견노동자다.

결국 근속기간이 짧아 업무숙련도가 낮고, 사업장 안전관리조차 허술해 산재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상윤 공동대표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해 "사고발생 비율이 상용직을 1로 봤을 때 파견직은 3.97로 파견직이 4배 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견노동의 특성상 노동자들은 충분한 정보 없이 공정에 던저져 비숙련 상태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조업종 불법파견 단속을 강화하고,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안전보건의무를 다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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