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공단에서 메틸알코올 급성중독 피해자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소규모 영세사업장 안전보건관리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안전보건관리제도와 정부 행정력으로는 영세사업장 산재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병원 제보 없었다면 묻힐 뻔한 직업병 참사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부천과 인천에서 각각 4건과 1건이 발생한 메틸알코올 급성중독 사건 중 노동부가 먼저 재해사실을 파악한 것은 두 건뿐이다. 이마저도 병원 제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노동부가 처음 메틸알코올 재해를 확인한 것은 지난달 22일 양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한 부천지역 업체 여성노동자 사건이다. 노동자를 진료했던 대학병원이 노동부에 알렸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노동부는 사업장을 감독하고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린 결과 두 명의 환자를 추가로 발견했다.

부천지역 업체에서 일하다 한쪽 눈을 실명한 남성노동자 사건의 경우 회사측의 산재 신청 문의를 받은 근로복지공단이 노동부에 통보하면서 재해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25일 노동부가 밝힌 인천 남동공단 여성노동자 사건 역시 병원이 메틸알코올 중독 의심사례라고 노동부에 통보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더군다나 해당 업체는 이달 진행된 노동부 점검에서 감독관에게 “메틸알코올을 쓰지 않고 얼마 전 에틸알코올로 바꿨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메틸알코올 작업을 계속하다 재해를 내고 말았다.

상시근로자 50인을 넘지 않는 영세업체가 유해물질을 다루면서도 비용을 아끼려 특수건강검진이나 작업환경측정을 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위험에 방치되고, 결국 재해가 발생했는데도 노동부는 깜깜속이다.

앞으로 사정이 나아지리라는 보장도 없다. 산업안전감독관 300여명이 사업장 200만곳을 관리해야 하는 현실이 낳은 비극이다. 예방은 고사하고 사고업체와 유사한 공정·물질로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장에서 추가 피해를 배제하기 힘든 싱황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메틸알코올을 취급하는 사업장은 전국적으로 5천900곳이나 된다.

“급성 독성질환 감시체계 필요”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대목은 처음으로 메틸알코올 중독 사실을 노동부에 알린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의 통보 과정이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양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한 환자를 진료하면서 원인을 찾지 못하다 같은 병원 안에 있는 근로자건강센터에 발병원인을 의뢰했다. 이어 근로자건강센터에서 일하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메틸알코올 중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자칫 묻힐 뻔한 산재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근로자건강센터는 보건관리자 선임의무가 없는 50인 미만 사업장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운영하는 기관이다. 전국적으로 20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배치된 곳은 15곳이다.

나머지 5곳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인건비를 부담하지 못해 일정 기간 직업환경의학 교육을 이수한 가정의학 전문의가 일하는 실정이다. 영세사업장 안전보건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근로자건강센터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직업환경의학회 관계자는 “근로자건강센터 같은 직업보건사업을 질적·양적으로 확대하고, 예산배분 우선순위를 조정해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를 적극적으로 고용하고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인 미만 사업장에는 작업환경측정 비용을, 10인 미만 사업장에는 특수건강진단 비용을 지원한다. 하지만 전액을 지원하는 게 아니어서 영세업체는 사각지대로 남기 쉽다.

산재보험 제도처럼 기금을 만들어 정부가 영세사업장 안전보건을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임종한 인하대 교수(직업환경의학)는 “특수건강진단을 시행해도 급성 독성질환은 조기 발견이 어려울 수 있다”며 “병원을 통해 발병위험 환자 발생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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