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로드 협력업체 비정규 노동자들이 업체교체 때마다 무더기 해고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기존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거부한 뒤 신규채용하는 방식이다. 2013년 원청인 티브로드까지 참여해서 원하청 노사가 맺은 협약은 휴지 조각이 되고 있다.

15일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지부장 이영진)에 따르면 티브로드 전주기술센터 직원 56명이 지난달 29일 해고됐다. 해고자 명단에는 조합원 24명도 들어갔다. 신규 운영업체로 내정된 구이앤금우통신이 기존 직원 고용승계를 거부하고 신규채용공고를 냈기 때문이다.

지부에 따르면 업체측은 "원청으로부터 고용승계와 관련해 들은 것이 없고, 그럴(고용을 승계할) 의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협력업체 50개, 2년마다 실적 따라 교체

티브로드 협력업체의 집단 해고 사태는 비단 전주센터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한빛북부센터·경인남부기술센터·세종기술센터는 신규업체가 응찰하지 않았거나 고용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해고했다. 노조가 거세게 항의하자 경인남부센터는 16일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고, 한빛북부센터는 신규업체 모집에 나섰다.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온다고 해서 고용을 승계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문제다. 원청인 티브로드 지역사업부는 업체들이 고용승계하도록 노력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관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티브로드 전주사업부 관계자는 "지부 말은 사실과 좀 다르다"면서도 "우리도 (협력업체) 노사 중간에 낀 상황이라 당장은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잘랐다. 무더기 해고 사태에 책임이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티브로드 협력업체는 50개다. 실적평가에 따라 2년마다 교체된다. 원청의 입맛에 따라 협력업체가 쉽게 바뀌는 구조다.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장치는 취약하다. 2013년 티브로드 원·하청 노사가 맺은 기본협약과 2014년 협력업체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에 고용보장 조항이 담겨 있다. 기본협약에는 고용보장에 '협력한다'는 문구가, 단체협약에는 '노력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기본협약과 단체협약을 적용받는 협력사협의회 가입 여부도 협력사 자율에 맡겨져 있다. 원청이 움직이지 않는 한 협의회 미가입 신규업체에는 협약을 이행하도록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대기업에 간접고용 노동자 보호지침 강제해야

지부 관계자는 "결국 원청이 협약 이행을 강제해야 하는데, 지역사업부가 업무위탁계약서에 협력업체의 고용보장 조항을 넣는 것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이영진 지부장은 "단협을 만들어도 업체가 변경되면 도루묵이 되는데도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당장 문제되는 몇몇 업체가 아니라 모든 센터, 모든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위협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협력업체 노사관계가 형성된 곳에서는 고용승계 조항을 두지 않으면 업체 변경 등 합리적 이유로 정리해고가 이뤄질 수 있다"며 "특히 통신·케이블업계처럼 독과점이 형성된 부문에서는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정책·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용역업체 변경시 용역근로자 고용을 승계하게 하는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처럼 300인 이상 원청 대기업에도 그와 유사한 협력업체 노동자 고용승계 지침·가이드라인을 정부가 배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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