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생명과학이 지난 2012년 단행한 72일간의 직장폐쇄가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직장폐쇄 기간 동안 조합원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단 하루 부분파업을 했다가 사용자 쟁의행위로 피해를 당했던 노동자들이 3년9개월여 만에 억울함을 풀게 됐다.

15일 JW생명과학노조(위원장 박경훈)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달 12일 “JW생명과학이 2012년 2월24일부터 진행한 직장폐쇄 기간에 노동자들에게 주지 않은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직장폐쇄는 근로자측의 쟁의행위에 의해 노사 간에 힘의 균형이 깨지고 오히려 사용자측에게 현저히 불리한 압력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수동적·방어적인 수단으로 부득이하게 개시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원심 판결을 인용했다.

법원 "공격적 직장폐쇄는 위법"

앞서 대전고등법원은 “직장폐쇄는 개시부터 정당성을 잃었다고 할 것이므로 그 유지에 관한 정당성 여부까지 살펴볼 필요가 없다”며 “원고들에 대한 임금지급 의무를 면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회사가 단체교섭 과정에서 협상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노조와 달리 노동위원회 조정절차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노조가 준법투쟁을 전개하다가 부분파업을 시행한 지 단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는 점을 공격적 직장폐쇄 근거로 들었다.

회사가 “노조가 부분파업 전에 지속적으로 태업을 하는 바람에 국민보건에 위협이 될 정도로 통제 불능의 불량 수액이 생산될 수 있어 직장폐쇄를 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법원은 “위험성을 뒷받침할 만한 신뢰성 있는 근거를 발견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송을 대리한 조세화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회사측 증인으로 나온 관리자들조차 직장폐쇄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증언했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단행됐다”며 “공격적 직장폐쇄인 만큼 처음부터 불법이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사가 초래한 노사갈등

한편 JW생명과학 노동자 83명은 2011년 10월 화섬노조 JW지회(현 JW생명과학노조)를 설립하고 회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회사와 노조는 그해 11월 당진에서 상견례를 한 뒤 이듬해 1월까지 6회에 걸쳐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노사동수 인사위원회 구성과 분할·합병·양도·이전이나 정리해고 실시 전 합의를 요구했다.

노사관계는 파국으로 이어졌다. 노조는 2012년 1월17일 교섭결렬을 선언한 뒤 같은달 25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회사는 "노조의 공개사과 없이는 교섭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노조는 "부당노동행위 중단만 담보된다면 공개사과 용의도 있다"며 교섭재개를 요구했다.

지노위 조정이 무위로 끝나자 노조는 그해 2월 연장근로를 거부하다 같은달 22일 3시간30분 동안 부분파업을 벌였다. 그러자 회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튿날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조가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도 회사는 "복귀 뒤 일체 쟁의행위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직장복귀신고서를 제출하라고 강요했다.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그런 가운데 법원 판결로 기류가 바뀌었다. 회사는 노조가 낸 직장폐쇄 해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기 전인 2012년 5월5일 스스로 직장폐쇄를 해제했다.

해제 뒤에도 갈등은 증폭됐다. 노조 조합원 63명은 같은해 6월 집단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용역직원 10여명이 흉기를 들고 노조 천막농성장에 난입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일로 JW생명과학 노무관계자 1명과 용역 직원 5명이 구속됐다.

박경훈 위원장은 "소수노조로 회사의 탄압을 받았던 조합원들이 이번 판결로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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