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당시 체결한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민자협약이 사업자에게 과도한 광고수익을 보장해 준 반면 안전대책 이행에는 소홀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매일노동뉴스>는 4일 서울메트로가 2004년 2월 스크린도어 민자사업 추진계획을 결정하고 그해 12월과 2006년 12월 유진메트로컴과 각각 맺은 1·2차 '스크린도어 제작·설치 및 운영사업 실시협약서'를 입수했다. 유진메트로컴이 24개 역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광고운영권을 갖는 민자협약이다. 강남역을 비롯해 유동인구가 많고 광고수익이 보장되는 역사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신생업체가 알짜배기 '핫 플레이스' 계약 따내

유진메트로컴은 2003년 10월 설립한 신생 옥외광고대행업체였다. 신생업체가 거액의 민자사업을 따낸 것이다. 옛 건설교통부(국토교통부)는 2003년 12월 서울시에 "스크린도어 설치사업은 민자유치대상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회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서울메트로는 민자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당시 서울시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고, 서울메트로는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민자협약이 MB의 영향으로 체결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1·2차 실시협약서에 따르면 유진메트로컴은 16년7개월에서 22년 동안 스크린도어 광고사업권을 보장받았다. 예컨대 1차 12개역에서는 스크린도어 면적의 33%를 광고로 채울 수 있었다. 2차 12개역은 20.75%다.

서울메트로가 유진메트로컴에 보장한 연간 최소 광고매출은 1차 12개역에서 116억4천300만원, 2차 12개역에서 103억800만원이다. 불변사업수익률은 9%가 넘는다. 1년 광고매출이 100억원이라고 한다면 20년이면 2천억원을 보장받는 계약이다.

2008년 서울시 시민감사관은 직권감사 결과보고서에서 "서울메트로가 유진메트로컴과의 협약에서 다른 역사보다 설계원가를 부풀려 잡은 점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1차 협약에서 스크린도어 설치비는 역사당 26억4천만원이다. 같은 시기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발주한 김포공항역(21억원)보다 4억여원이나 많다. 총 54억원을 높여 잡은 셈이다.

스크린도어 '고정문→비상문' 권고 불이행

반면 책임은 뒷전이었다. 안전사고를 대비해 스크린도어 고정문을 비상문으로 변경하라는 2010년 국토부 지침과 올해 4월 국민권익위원회 권고는 지금까지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고정문은 주된 대형광고 설치영역이기 때문이다. 최근 강남역 청년노동자 사망사고를 계기로 고정문 변경과 스크린도어 시스템 개선요구가 나오고 있는데도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법상 문제 소지가 있어 강제하기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공공교통네트워크 관계자는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무분별하게 벌인 민자사업이 사업자들에게는 지나친 특혜로, 안전에는 위협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스크린도어 시스템에서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협약 파기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진메트로컴측은 "강남역 사고는 한 달이나 지나 더는 할 말이 없다"며 "특혜 논란은 사고와 상관이 없고 회사에서 답변할 사안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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