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하던 시기에 병원 간접고용 노동자 감염예방을 위한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와 사업장 점검이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병원에서는 노동자수보다 적은 보호구가 지급됐는데도 노동부는 병원측의 예방조치가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경북대병원과 경상북도 포항의료원을 상대로 노동부가 작성한 메르스 감염예방 실태조사 점검표를 29일 공개했다.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올해 6월19일부터 같은달 23일까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병원, 지역 거점병원 380곳을 상대로 병원 근로자 감염예방 조치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은 의원이 공개한 점검표에 따르면 경북대병원은 6월19일 7개 협력업체 노동자 186명에게 보호구를 지급하고 예방교육을 실시했다고 체크했다. 하지만 공공운수노조 경북대병원분회에 따르면 같은달 15일 지부가 청소용역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마스크 지급과 전체 용역업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감염예방교육 실시를 요구했지만 병원측과 용역업체측은 거절했다.

용역업체는 노동부 점검 당일인 19일 50개들이 한 박스 분량의 일회용 마스크를 청소용역업체에 지급했다. 86명인 청소용역 노동자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경북대병원분회 관계자는 “마스크가 부족해 청소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구입하거나 간호사들에게 알음알음 얻어 썼다”고 전했다.

병원은 또 같은날 용역업체 관리자 한 명씩을 불러 업체별로 감염예방교육을 하라고 지시했다. 각 업체들이 실시한 교육은 “조심하고 손을 잘 씻으라”는 내용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 치료 거점병원으로 운영된 포항의료원에 대한 점검도 형식적이었다. 노동부가 실태조사를 하면 점검표에는 병원 노사 대표가 서명하게 돼 있다. 그런데 노동부 점검표를 보면 병원장의 서명만 있을 뿐 노조 대표자 서명은 없다.

병원장의 서명도 근로감독관이 직접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드러났다. 점검표 서명란의 근로감독관과 병원장의 필체가 동일한 경우도 발견됐다. 김종갑 공공운수노조 포항의료원분회장은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점검 결과에 대한 설명도, 서명을 해 달라는 요청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은 의원은 “노동부가 현장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형식적인 조사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방조하고 병원에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병원 용역근로자들의 감염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며 “일부 미진한 부분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강도 높은 조사와 점검을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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