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희 기자

보건의료단체와 노동·시민단체들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의 핵심 원인으로 정부의 정보공개 거부를 꼽았다.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의료민영화·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한국의료 긴급 진단' 토론회를 열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과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이 발제를 맡았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이상윤 건강과 대안 책임연구위원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6월7일까지 정부는 없었다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정부의 정보공개 거부와 삼성서울병원의 오만이 메르스를 '메르스 사태'로 확대했다"고 질타했다. 정부가 평택성모병원에서 초기 역학조사와 전파경로 차단에 실패한 잘못을 삼성서울병원에서도 반복했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은 5월29일 환자 발생 후 응급실 방문자를 격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방역 조치와 역학조사를 삼성서울병원에 맡겼고, 뒤늦게 6월3일 환자 명단을 받았다. 정부가 병원 명단을 공개한 것은 같은달 7일이다.

우 정책위원장은 "처음부터 정부가 전면적인 역학조사와 접촉자 전수조사를 통해 전파경로를 폭넓게 차단해야 했는데 이를 위해 병원 공개는 필수적이었다"며 "그게 안 되면서 결국 환자가 전국에 흩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누가 정보 비공개를 결정했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병원 내 감염시 병동 전체를 격리하고, 감염병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권고했지만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은 이를 위배했다.

우 위원장은 메르스 사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공공의료를 확충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 의심자와 환자를 모아 격리조치를 취한다"며 "한국에 공공병원이 충분했다면 의료산업 피해를 우려해 정보공개를 꺼릴 이유도 없었고 방역조치를 곧바로 시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주 신고의무 없어, 대규모 감염 우려

최명선 국장은 "노동자들이 밀집한 사업장에서 감염 확산 위험이 큰데도 고용노동부는 현황 파악도 못하고 있었다"며 "감염 사업장 명단공개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언론에 공개된 병원노동자나 공무원 외에도 평택 쌍용차공장, 보령시 오천면 GS 건설현장, 안산시 태흥정공에서 각각 한 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여수 엘지화학과 대산유화단지에서는 각각 한 명과 두 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했다. 서울 양재구 엘타워 일용직·보안요원 등 48명과 대전·경기지역 급식조리원 2명은 자택격리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정부는 메르스 발생 사업장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노동부의 메르스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기업대응지침에는 신고 규정도 없었다. 2010년 감염병 예방, 관리법 개정으로 신고대상 감염병 종류가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2009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신종플루 유행 대비 기업대응지침에서 기업 경영자에게 '직원 중 신종플루 환자나 의심자 발생시 신고의무'를 지운 것과 대조된다. 최 국장은 "사업장 명단 공개와 사업장 차원 예방대책 마련, 질병휴가 입법, 피해보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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