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마련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추가 정년연장 없이 기존보다 임금을 10% 더 삭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명백한 임금 삭감에 해당하지만 노조가 반박 구실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회적 논란에도 임금피크제를 청년고용 해법으로 용인한 노사정 합의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고 있다.

16일 현대차 노사에 따르면 회사측은 전날 진행된 임금·단체협상에서 노조요구안에 대한 일괄 제시안을 내놓았다.

회사측은 임금과 관련해 기본급 7만9천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과 경영성과금 '300%+200만원' 지급안을 발표했다. 핵심 쟁점인 통상임금에 대해서는 정기상여금 750% 중 570%를 기본급(기초급)에 산입하고, 나머지 180%를 성과연동형 부가급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전체 임금구성에서 기본급 비중이 커지면서 임금 안정성이 높아지는 방안이다. 다만 기본급이 늘더라도 각종 수당이 통폐합되거나 초과근로 할증분이 줄어드는 것이어서 기존에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이 후퇴하게 된다. 현장 노동자들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현행 방식보다 임금인상 폭이 줄어든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성과연동형 부가급 신설방안 역시 인사고과 부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 협상이 길어지고 있는 이유다.

회사는 특히 임금피크제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현행보다 1년 빨리 10% 추가 삭감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현재는 만 60세 조합원에 한해 기본급의 10%를 삭감한다. 반면 이번에 회사가 내놓은 안은 만 59세에 기본급의 10%를 줄이고, 만 60세에 전년도 기본급 대비 10%를 다시 줄이는 방안이다.

현대차 노동자들의 높은 임금수준을 감안하더라도 회사가 밝힌 안은 노동자들에게 득보다 실이 많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현대차 노사가 추석 전에 임금·단체협약을 타결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노사정 합의 여파로 현장 노동자들이 높은 임금인상이나 임금피크제 반대를 내걸고 싸우기 어려워진 데다, 회사측이 요구한 단협 후퇴 사안 대부분이 현행 근로기준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대 350%까지 지급되던 휴일연장근로 할증분을 근기법 기준으로 낮추자는 회사측 요구안이 대표적이다. ‘노사정 타협과 법’이라는 강력한 외부요인이 대공장 정규직노조의 상징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아성에 균열을 내는 형국이다.

한편 회사측은 지난 교섭에서 “무분규시 주식 지급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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