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 최대 13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고용노동부 예상과는 달리 8천개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노동부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노동자 실직·비정규직화로 60세 정년의무화 효과가 크지 않다"는 내용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0일 “임금피크제로 13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실제는 노동부 추계의 6% 수준인 8천개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노동부 주장은 서울지역 한 대학의 경영학 교수가 작성해 올해 5월 나온 보고서를 근거로 하고 있다. 해당 교수는 보고서를 만들면서 노동부 의뢰로 한국비용편익분석연구원이 2013년 9월에 만든 ‘정년연장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주로 인용했다.

연구원은 2012년 기준으로 2016년에 60세 정년의무화가 될 경우 혜택을 받는 노동자 규모를 시나리오에 따라 분류했다. 정년이 될 때까지 이직이나 사망 등으로 인한 직장이탈이 전혀 없는 경우부터 시작해 △기업의 자발적인 정년연장 △고용보험 통계에 근거한 피보험 상실(퇴사) 비율 △비정규직화를 고려해 만든 5개의 시나리오다.

연구원 보고서를 작성한 전용일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자발·비자발적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인력과 비정규직으로 정년보장을 받지 못하는 경우까지 반영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최소 4천989명, 최대 1만926명이 정년연장 혜택을 받는다는 결과인데 노동부 자료와는 17배나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연구원이 제시한 시나리오 중에서 피보험 자격상실이나 비정규직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정년보장 수혜자를 추산했다. 그 규모는 최소 8만5천568명, 최대 20만4천528명이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해 남는 재원으로 청년을 채용한다고 가정하면 정년연장 혜택 노동자가 많으면 많아질수록 신규채용 규모는 늘어난다. 노동부 자료대로라면 한국경총이 조사한 신입직원 인건비 기준으로 2016~2019년 최소 8만7천900명, 최대 13만2천569명의 신규로 취업할 수 있다. 반면 은수미 의원이 연구원 자료를 재활용해 추산한 결과는 최소 6천697명, 최대 8천186명의 신규일자리 창출에 그친다.

은 의원은 “노동부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간과한 전문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국민혈세 20억원을 썼다”고 비판했다.

노동부는 은 의원의 문제제기에 대해 “임금피크제 도입효과에 대한 연구자료 중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연구 결과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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