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노동자들의 파업에도 '원청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가 은밀하게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대체인력을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SK브로드밴드는 대체인력에게 일당 20만원과 숙박비 5만원을 지급했다. 9일 현재 20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협력업체 노동자 급여의 두 배에 육박하는 인건비를 책정한 것이다.

◇원청이 대체인력 인건비 부담=이날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개통·장애 업무 위탁계약서 부속합의서'<위 사진 참조> 는 "회사(SK브로드밴드)에서 인력투입 요청시 수탁자(인력파견업체)는 3일 이내에 상호 협의한 인력의 100%를 투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합의서는 SK브로드밴드와 A인력파견업체가 맺은 인력공급 계약서를 말한다. 인력공급 계약이 문서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의서에는 SK브로드밴드가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협력업체에 지원하는 위탁인력 공급조건과 수수료 지급기준이 명시돼 있다. 예컨대 1인당 일당 20만원과 추가 야간수당을 지급하고, 원거리 파견인력에게는 일당 5만원의 숙박비를 지급한다. 한 달 기본급만 400만원에 이른다. 협력업체 기사들의 평균 급여는 월평균 200만~250만원이다.

◇원청 사용자성, 대체근로 금지 위반?=원청이 협력업체 대체인력 인건비를 지급하고 있는 만큼 원청 사용자성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대체근로 금지 조항 위반 논란도 예상된다. 노조법(제43조)은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청이 대체인력을 상시적으로 확보해 사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SK브로드밴드 수도권네트워크본부가 작성한 '수도권네트워크본부 센터별 가용역량'(문건)<아래 사진 참조> 에 따르면 가용역량은 업무를 할당할 수 있는 인력을 뜻한다. 문건을 보면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하기 전날인 지난달 19일에는 각 협력업체별 가용역량률이 14~42%에 그쳤는데, 전면파업 당일인 같은달 20일에는 41%에서 81%까지 치솟았다.

◇회사 홍보팀, 대체인력 활용 인정=김홍철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정책국장은 "올해 노조가 설립되자 원청이 외부 인력업체와 인력공급계약을 맺고 각 협력업체에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며 "큰돈을 들여 대체인력을 쓰는 원청이 노조의 임금·처우개선 요구는 비용 문제로 안 된다고 거부하면서 노조 파업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SK브로드밴드 홍보팀은 "원청사가 별도 협력업체와 계약해 대체인력을 활용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다"며 "원만한 고객서비스 제공을 위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인력공급계약 사실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협력업체 노사갈등은 민주노총과 사측 교섭대리인 한국경총이 교섭에서 풀 문제"라며 "대체인력을 파업 종료시까지 유지할지 여부는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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