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희 기자

씨앤앰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을 시작으로 통신·케이블 노동자들이 연이어 전면파업에 나섰다. 개별 회사별로 진행되던 임금·단체협상 투쟁이 통신케이블업계의 노동기본권 확보 투쟁으로 점화되는 모양새다.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지부장 경상현)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곧바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26개 지회 소속 65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 10월 경고파업 이후로도 조합원에 대한 일감 뺏기와 교섭 해태가 계속되면서 현장의 분노가 커졌다는 후문이다.

"부당노동행위 참을 수 없는 지경"

LG유플러스 도봉·강북·성북 서비스센터 소속인 복정준(38)씨는 "우리 센터는 경고파업 직후에 아예 일감을 주지 않았다"며 "지금까지도 여전히 외부 기사를 쓰면서 하루에 2~3건씩의 일만 주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가 지난달 받은 급여는 58만원이었다. 복씨는 "17일 조합원총회에서도 다들 절박한 상황을 성토하며 몇십 만원 받고 참느니 제대로 싸워 보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우병철 노조 선전국장은 "교섭창구는 열어 두겠지만 사측이 노조를 인정하고 제대로 된 생존권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교섭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와 상황이 비슷한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들도 이날 전면파업을 예고했다.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지부장 이경재)는 20일 오전 전면파업 돌입을 선포하고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안효원 지부 사무국장은 "교섭권을 위임받은 경총이 기본급과 실적급으로 구성된, 현행보다 삭감된 임금안을 고수해 더는 교섭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안 사무국장은 "경고파업을 진행했지만 현장에서 일감 뺏기와 실적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며 "노조 탈퇴 강요 같은 부당노동행위가 벌어진 5개 지회가 지난달 13일부터 노숙농성을 계속하고 있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투쟁은 LG유플러스와의 공동 투쟁이 될 것"이라며 "공동 파업 결의대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12일 부분파업에 이어 18일 전면파업에 돌입한 씨앤앰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해고자 복직과 구조조정 중단, 임단협 체결을 요구하며 공동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정부가 투기자본 MBK파트너스와 씨앤앰의 구조조정, 노동탄압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석훈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부지부장은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으로 정부·MBK파트너스는 물론 씨앤앰에 투자한 금융기관도 압박할 것"이라며 "통신비정규직들과 함께 케이블통신업계의 관행을 바꾸기 위한 총력투쟁도 고민할 것"이고 말했다.

"간접고용 문제 사회적 의제로 확산"

박재범 노조 정책실장은 "케이블·통신 양쪽 모두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원청이 다단계 하도급구조와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협력사 노사가 교섭을 타결하면서 맺은 노사상생협약은 원청이 사용자성을 회피하면서 사실상 파기된 상황"이라며 "원청이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번 투쟁이 개별사업장의 노사관계를 넘어 케이블·통신업계 간접고용 노동기본권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확산해 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투쟁으로 간접고용 악습을 끊어 낼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끔 조직력을 집중하고 다음주 초 다각적 투쟁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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