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가 도급계약서 강요와 계약해지를 통해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원청에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며 서울 중구 SKT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지부(지부장 이경재)는 21일 "협력업체들이 조합원들에게 도급계약서 체결을 강요하거나 노조 탈퇴를 종용하며 계약을 해지하고 일감을 주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부에 따르면 충주제천센터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중재에도 조합원들의 고용승계를 거부하고 있다. 센터는 이달 1일 사업주가 변경되면서 선별채용 방침을 밝히며 조합원들의 고용승계를 거부했다. 지난 13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충주지청 근로감독관의 중재를 거쳐 기존 조건대로 고용승계를 약속했다가 이틀 만에 이를 번복하고 조합원들의 지역과 업무를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경민기 지부 충주제천지회장은 "사실상 고용승계를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조합원들 대신 외부인력을 고용해 업무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동부센터는 특별근로감독 결과 개통기사 9명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라는 시정지시를 받았는데도 오히려 "시정지시로 인해 회사가 어려워졌다"며 기사들에게 도급계약서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통기사들의 사무실 출입을 막고 노조 탈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인천계양센터와 양천센터는 조합원들에게 일감을 주지 않으면서 도급계약서 체결이나 노조 탈퇴를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재 지부장은 "협력업체에 교섭과 별개로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노조 대표자를 빼고 논의하자거나 임단협이 체결되기 전까지 일단 도급계약을 맺자면서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사실상 시간을 끌고 노조를 각개격파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이 지부장은 또 "노동부 근로감독 당시 노조가 없거나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곳에서 도급 강요 같은 획책이 심하다"며 "노동부는 전국의 기사 7천여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부는 이날부터 협력업체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원청의 대책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SKT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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