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울산본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노사의 올해 임금·단체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모기업인 현대중공업 노사가 임금인상 범위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계열사 노사의 교섭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노조가 23~2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24~25일로 예정된 최종 교섭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 26일 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 교섭이 장기화하는 이유는 통상임금 문제 때문이다. 현대중은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요건으로 제시한 고정성과 관련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업장이다. 당연히 노조는 통상임금 100%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측은 조선업종 불황과 적자 확대를 이유로 임금인상 폭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목되는 것은 다음달 중순께 나올 예정인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고정성 법리가 인용될 경우 노동자들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른바 신의칙 법리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몫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회사는 올해 교섭에서 임금인상 폭을 최대한 낮춰 통상임금 판결과 별개로 임금총액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상황은 현대중 계열사 노사의 임단협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같은 조선업종인 현대삼호중공업 노사의 교섭이 제자리걸음 중이고, 사내하청 노동자로 구성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교섭 도중 일부 도급업체가 폐업을 선언해 교섭이 중단된 상태다.

이 밖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울산대병원분회가 통상임금 문제로 파업수순을 밟고 있다. 울산대병원 청소용역노동자로 구성된 울산민들레분회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서비스 사업장인 울산현대호텔노조는 모기업인 현대중의 경영상 이유로 사측 교섭대표가 교체되면서 교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중 계열사 노조들은 이날 오후 현대중 울산 본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개월째 교섭을 벌였는데도 해결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현대중 자본을 상대로 공동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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