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우조선해양 노사가 동종업계의 협상 결과를 보고 통상임금 범위를 결정하기로 한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노사의 통상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상여금을 통상임금 범위에 포함하겠다면서도 기존 임금총액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현대중, 26차례 교섭에도 제자리걸음

3일 현대중공업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회사측과 26차례에 걸쳐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했지만 통상임금에 대한 입장차를 한 발짝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연 800%의 상여금과 각종 고정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회사는 5월에 한 차례 입장을 밝힌 뒤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회사측이 제시한 방안은 100%의 명절상여금을 제외하고 나머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되, 약정임금이라는 개념을 새로 도입하는 것이다. 약정임금은 기본급·상여금·근속수당 등이 포함되는 통상임금 범위에서 상여금만 뺀 개념이다. 예컨대 법정수당 외 노사합의로 지급되는 급여를 산정할 때 약정임금을 기준으로 하자는 주장이다. 대상 임금은 △휴직자 급여 △희망퇴직자 위로금 △출산전후 휴가자 추가 요양급여 △하기 휴가비 △OT수당 등이다.

회사는 이와 함께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해야 하는 법정수당 가산율과 지급률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통상임금 범위를 넓히면서도 각종 수당의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논의할 가치도 없는 방안”이라며 협상 의제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에 쌓아 놓은 유보금 19조4천억원 중 아주 일부만 사용해도 통상임금 문제는 해결된다”며 “회사가 제시한 방안을 협상테이블에서 논의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제시한 안대로 해도 임금이 삭감되는 일은 없다”며 “노조가 임금총액을 유지하기 위해 협상할 수 없다면 대표소송 결과에 따르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중공업, 삼성전자 방식 제시

삼성중공업은 삼성전자가 올해 도입한 통상임금 적용방식을 제안했다. 삼성전자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서도 성과금 규모를 축소했다. 임금은 기본급 1.9% 인상에 그쳐 확대된 통상임금을 감안해도 임금인상률은 호봉승급분을 포함해 4.4%에 머문다. 소급분은 지급하지 않는다.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 관계자는 “회사측 제시안은 임금인상 없이 평행이동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가 통상임금을 염두에 두고 1천500억원을 쌓아 놓았는데 이 금액을 직원들에게 주겠다면 협상의 여지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 4천600여명은 2012년 9월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각종 수당의 차액을 돌려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참고모델 못 찾는 조선업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노사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면서 타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진행 중인 소송 결과만 기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지난달 30일 이들 동종기업의 노사협상 결과와 내부에서 진행 중인 소송 결과를 보고 통상임금에 대해서만 재협상을 하기로 하고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참조할 모델이 없다.

대우조선해양뿐 아니라 조선업계 대부분이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사례를 참조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전반에 걸쳐 통상임금 협상 타결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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