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까지 케이블방송업체 씨앤앰의 서울 송파지역 케이블 설치·AS를 담당한 협력업체 O정보기술 사장이었던 장아무개(49)씨. 그는 회사가 폐업한 뒤 1년 가까이 무직 신세다.

장씨의 회사가 문을 닫은 것은 노조 파업이 발단이었다. 지난해 7~8월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 소속이었던 직원들이 31일간 파업을 했다. 노조의 임금인상이나 복리후생 확대 요구를 들어주자니 돈이 부족했다. 원청의 부당한 수수료 단가 차감과 협력업체 간 출혈경쟁, 도급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업무 전가로 재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씨는 원청을 상대로 수수료 단가인하를 시정해 달라는 차원에서 소송을 냈다. 그는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보다 씨앤앰의 슈퍼 갑질이 더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털어놓았다.

원청의 답변은 도급계약 해지였다. 계약해지 이후에도 원청의 부당한 행위는 계속됐다. 10월 말까지 정산하게 돼 있는 수수료를 주지 않았다. 원청은 노조가 파업을 한 7월과 8월에 일을 못했다며 손실비용 1억4천억원과 대체인력 투입 비용 1억6천200만원을 추가로 수수료에서 차감했다.

장씨는 "노조가 파업하면 일을 하지 않은 날 만큼의 수수료만 차감하는 것이 정상인데, 대체인력 투입 비용까지 전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다른 업체 직원들도 파업을 했는데 유독 나한테만 그렇게 했다"고 비판했다.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한 보복행위라는 설명이다.

실제 씨앤앰이 지난해 9월 중순께 장씨에게 보낸 ‘파트너사 업무 중단에 따른 업무위탁 수수료 정산의 건’이라는 이메일을 보면 “미수행 업무위탁수수료 산정기준은 (파업시) 비상인력 투입에 따른 비용과 관계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갑자기 입장을 바꿔 대체인력 투입비용을 부담시킨 것이다.

지난달 8일부터 씨앤앰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파업 중이다. 이와 관련해 씨앤앰은 수수료 지급정산서에서 대체인력 투입에 따른 비용을 공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장씨 회사에 대한 수수료 정산을 담당했던 씨앤앰 관계자는 “장씨 문제에 대해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의 중재가 실패했고, 재단에서도 대체인력 투입비용 정산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이 직장폐쇄를 한 올해의 경우 지난해와 상황이 달라 대체인력 투입비용을 부담시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31일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비상인력을 투입하고도 그 비용을 협력업체에 전가하는 케이블 대기업의 슈퍼 갑질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올해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는 29일 파업을 일시 중단하고 현장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하지만 협력업체들은 직장폐쇄를 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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