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에게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적합하지 않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의 말이다. 시간선택제로 일해서 받는 급여만으로는 생계보장이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것이 곧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 확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방 장관은 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노동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시간제 일자리의 주요 정책대상은 경력단절여성과 조기퇴직 이후 일자리 기회가 줄어든 장년층”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시간제 일자리는 ‘생계 부양자’가 아닌 ‘생계 보조자’를 위해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방 장관의 설명은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추진계획’과 배치된다. 추진계획은 시간제 공무원에의 겸직 허용 범위를 확대하고, 공공기관 시간제 종사자의 경우 기관장의 승인하에 겸직이 가능하도록 했다. 겸직 허용을 검토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제로 일해서 받는 급여로는 생계를 꾸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무원보수규정이 정한 9급 공무원의 1호봉이 120만3천500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하루 4~5시간 근무하는 시간제 공무원의 급여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정부가 이들에게 '투잡'을 허용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저비용 일자리의 대명사인 독일의 '미니잡'이 결국 근로빈곤층을 양산하고, 이들을 투잡·스리잡으로 내몰았던 현상이 국내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방 장관의 말은 다르다. 그는 “겸직 허용을 검토 중이지만 이는 저소득을 메워 주는 차원이 아니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전일제 취업에 실패한 다양한 계층이 차선책으로 시간제를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한 발언이다.

방 장관은 “청년이 생애 첫 직장으로 시간제를 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기업에서 그렇게 뽑지도 않을 것”이라며 시간제의 초점이 경력단절여성에게 맞춰졌음을 거듭 강조했다. 방 장관은 그러나 “결혼을 하지 않은 경력단절여성에게도 저임금 시간제 일자리가 대안인가”라는 질문에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노동계와 언론·정치권이 연일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마련됐다. 방 장관은 “지난 5월30일 발표된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 일자리협약’을 통해 시간제 일자리 확대에 합의한 노동계가 이제 와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약속을 깨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부정적인 부분만 강조하기보다는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좋은 사례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