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마공원에서 일하는 마필관리사들의 높은 산업재해율이 인력부족과 3개월마다 한라마 체고(키)검사를 하는 제주경마공원 한라마경주 시스템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체고 검사에 통과하기 위해 말을 학대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4일 경기도 의왕시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진행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한국마사회에 대한 국감에서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윤창수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 위원장에 따르면 제주 경주마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한라마들은 제주 토종말인 조랑말과 더러브렛의 교배종이다. 3개월마다 한 번씩 체고검사를 해 137센티미터가 넘으면 경주를 할 수 없다. 이러한 시스템에 따라 한라마들의 입·퇴소가 잦아지고, 신마들을 순치시키는 과정에서 마필관리사들의 산재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윤창수 위원장은 "외국에서는 18개월에서 24개월까지 체계적인 순치와 조교를 마친 말들이 경주마로 들어오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며 "그나마 더러브렛 경주를 하는 서울경마공원은 6개월 정도 순치기간을 거치는 반면 제주경마공원은 45~60일 만에 경마에 내보낸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 순치 과정을 진행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은 말이 예민해져서 사고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제주경마공원 마필관리사들의 연간 산재율은 공상처리까지 포함해 35~40%나 된다.

윤 위원장은 "체고검사에 통과하기 위해 태어난 지 한두 달 만에 젖을 떼고 풀만 주거나 극소량의 먹이를 주고, 발굽을 필요 이상으로 깎거나 열흘 이상 굶기는 등 동물학대도 벌어지고 있다"며 "제주 조랑말 보호·육성이 목적인 제주경마공원 설립취지에 맞지 않는 한라마경주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주홍 민주당 의원은 "서울경마공원의 경우 마필관리사 1인당 3마리를 관리하는데 제주 마필관리사들은 1인당 5.5마리를 관리한다"며 "인원부족으로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인력충원을 시행해야 한다"고 마사회에 요구했다. 아울러 "한라마 순치기간을 연장하고 순치시스템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영만 마사회장 직무대행은 "마사회·마주·조교사·마필관리사 등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다음달 중 발족시킬 것"이라며 "TF에서 관련 내용을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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