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13일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수수료 인상과 페널티 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우리가 월급쟁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하루 얼마 수당을 목표로 뛰어서 생계를 유지합니다. 그런데도 CJ대한통운측은 '너 이거 이거 잘못했으니 페널티로 얼마 깐다' 식으로 나와요. 숨이 턱턱 막힙니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 박정록(가명)씨는 "(합병된 이후)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며 이렇게 호소했다. 대한통운이 CJ GLS와 합병되기 전에는 한 달 평균 3천~4천개의 물량을 배송하면 300만원은 손에 쥐었는데, 앞으로는 요원하다고 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하고, 페널티 제도를 강화하면서 월급이 반토막 나는 구조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윤씨가 밥줄과 같은 택배 운송차량의 시동을 끈 이유다.

◇"수수료 인하·페널티는 택배기사 죽으란 소리"=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의 운송거부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이달 4일 수도권에서부터 시작된 운송거부는 광주·전주·울산·천안·아산·창원 등 10여곳으로 확산됐고, 1천명이 넘는 기사들의 참여 속에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수수료 인상과 페널티 제도 철회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생존권 사수 투쟁 선포대회'에서 만난 택배기사들은 "수수료 인하와 페널티제는 우리더러 죽으라는 소리"라며 CJ대한통운을 규탄했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CJ GLS와 대한통운이 합병하기 전에 1건당 920원이었던 배송수수료는 합병 이후 820원으로 하락했다.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배송 건당 수수료가 수입의 전부다. 기사 한 명이 한 달 평균 3천~4천개의 물품을 배송하는데, 수수료가 100원 깎인다는 것은 월급이 30만~40만원 줄어든다는 뜻이다. 여기에 차량 유류비·보험료·수리비와 통신비로 들어가는 돈 150만원가량을 떼고 나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150만~200만원으로 뚝 떨어진다.

게다가 CJ대한통운은 콜센터에 민원이 접수될 때마다 1만~1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페널티 제도를 운영한다. 페널티는 수수료 인하로 가뜩이나 힘든 택배기사들의 목을 옥죄는 올가미다.

천안에서 택배일을 하는 김아무개씨는 "출근하자마자 페널티와 싸운다"며 "가족이 택배를 수령한 사실을 모르고 당사자가 '택배가 안 왔다'고 콜센터에 민원전화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도 회사는 민원을 접수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송기사한테 1만원을 공제해 간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한통운 때도 페널티가 있긴 했지만 유명무실했었다"며 "CJ가 너무 독하게 쥐어짜고 있다"고 반발했다.

택배기사들을 울리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회사 통합 후 CJ대한통운은 '택배 위치추적기'로 불리는 '운송장 이미지 스캐닝'을 없앴다. 기사가 물건을 집하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디로 가고 있다는 이동경로가 사라진 것이다. 배송사고의 모든 책임은 물건을 처음 가져간 택배기사에게 돌아가게 된다.

인천 택배기사 조아무개씨는 "기사들이 업무를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건 회사가 할 일"이라며 "대한통운에서 하던 방식을 없애 놓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를 택배기사들에게 떠넘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J대한통운 갑 횡포 안돼"=운송거부에 동참하는 택배기사들이 늘어가자 CJ대한통운은 "통합 이후 페널티를 부과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고, 향후에도 금전적인 페널티는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4~6월 3개월 동안 평균수입이 기존 수수료 체계 때보다 낮을 경우 차액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택배기사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종학 비상대책위원장은 "페널티를 부과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페널티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 유령이냐"고 반문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특히 "회사가 택배기사들의 수익성을 기존보다 40% 높이겠다는 말도 수수료 인하를 철회하겠다는 게 아니라 물량을 늘려서 수익을 보전해 주겠다는 뜻"이라며 "지금도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고 있는데 지금보다 물량을 늘리면 앞으로는 밤새 일하라는 소리냐"고 비판했다.

한편 비대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은수미·장하나 민주당 의원과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은 교섭장에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하나 의원은 "CJ대한통운은 갑의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회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즉각 교섭에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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