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노동3권 보장과 사회보험 전면 적용을 요구하며 길거리로 나섰다. ‘노동자임에도 사장님이라 불리고, 사고가 나도 산재보험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서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오는 10월까지 공동활동을 벌이며 20만명의 국민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도개선을 촉구할 계획이다.

거리에서 기자회견과 서명을 받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보니 3년 전 일이 떠오른다. 지난 2009년 5월, 대한통운 택배기사이자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1지회장이던 박종태씨는 대한통운 대전지사 주변 야산 나무에 목을 맸다. 그는 스스로 삶을 마감하면서 절박한 심정을 담은 유서를 남겼다.

“저의 죽음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최소한 화물연대 조직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것, 힘없는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지 43일이 되도록 아무 힘도 써 보지 못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기 위해 선택한 것입니다.”

박종태 지회장은 당시 어려운 상황에 몰려 있었다. 화물연대와 대한통운이 그 해 1월 운송료 인상에 합의했는데 회사측이 이를 파기하고, 교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박 지회장과 그의 동료 78명에 대한 계약마저 해지해 사실상 길거리로 쫓겨 난 상태였다. 대한통운이 교섭을 파기하고, 계약해지 마저 밀어붙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택배기사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됐고, 이들은 노동자성이 없다는 이유로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인정받지 못했다. 당시 노동부는 행정해석을 통해 택배기사의 노동자성을 부정했다. 대한통운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해 항의하려 했지만 이를 막는 경찰력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박종태 지회장은 결국 죽음으로 항의한 것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올해부터 택배기사는 산재보험 혜택을 받게 됐다. 보험모집인, 레미콘운전기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에 이어 퀵서비스와 택배기사로 산재보험 적용이 확대됐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문화예술인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그림의 떡이었던 산재보험만이라도 일부 특수고용직에 적용된다니 세상이 달라진 건 분명한 듯하다. 박종태 지회장이 절박하게 호소한 것이 그나마 통한 것일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현재 특수고용직은 250만명인 것으로 추산되는데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6개 직종은 52만명이다. 전체 특수고용직의 21%다. 이 가운데 산재보험에 가입한 특수고용직은 1만명에 불과하다. 산재보험 가입방식을 중소사업주 특례조항에 맞추고, 가입도 본인 선택에 맡기니 가입률이 저조한 것이다. 특별한 자영업자로 취급하고 산재보험 가입방식을 설계하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니 '차라리 민간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낫다'는 푸념 섞인 얘기만 나오는 것 아닌가.

이렇듯 특수고용직은 여전히 사장님이자 자영업자다. 그들은 노동자가 아니기에 노조에 가입했어도 합법적인 노조원이 아니다. 그들이 가입한 화물연대는 여전히 노조로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교섭을 하려면 스스로 업무를 중단하고, 영업방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힘으로 밀어붙여 합의안을 마련해도, 이건 민법상 계약이지 단체협약은 아닌 것으로 취급받는다. 특수고용직은 늘 노동시장의 외계인인 셈이다. 박종태 지회장을 떠나보낸 지 3년이 지났지만 특수고용직의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야당이 특수고용직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해 특수고용직을 노동자로 규정하는 법안이다. 야당의 법 개정안은 과거와 대비하면 매우 진일보한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노동3권 가운데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특수고용직에게 부여하는 특별법을 추진했다. 특수고용직을 일반 노동자와 다른 유사노동자로 분류해 노동 3권을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논란이 됐던 이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래서 4개 직종 특수고용직부터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런 방안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6개 직종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가입률만 보더라도 그렇다. 유사노동자로 취급되는 6개 직종만 특별한 부류로 인정해 산재보험을 적용해 봐야 어차피 그들은 사장님이었기 때문이다. 특수고용직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으면 그들을 보호한다는 미명의 어떤 대책도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판명된 셈이다.

그렇다면 정공법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노동자 개념을 확대해 특수고용직도 노동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길 외는 다른 해법이 없다는 얘기다. 박종태 지회장이 그토록 염원했던 것도 노동자로 인정되는 것이다. 특수고용직이라면 같은 심정일 것이다. 19대 국회는 특수고용직의 절박한 심정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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