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6일 정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6주기 추모제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기훈 기자
삼성전자 백혈병 사태를 최초로 세상에 알린 고 황유미씨의 6주년 기일을 맞아 삼성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이 반도체 전자산업 노동자와 지역주민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했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삼성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은 6일 정오 서울 강남 삼성전자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직업병 문제가 공론화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산업재해 인정과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반도체 전자산업에서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지 않도록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이달 현재 반도체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제보는 208명에 이른다. 이 중 79명이 이미 숨졌다. 삼성전자 계열사에서 181명이 제보해 왔으며 69명이 사망했다. 하이닉스와 매그나칩반도체 등에서 제보자가 27명이었는데, 이중 10명이 사망했다. 전체 사망자 79명 중 33명(41.7%)이 백혈병 환자로 확인됐다.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인 황상기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불산 누출사건을 통해 삼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대강이 드러났다"며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법을 만들고, 기업들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노동자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반올림과 피해자 가족들은 이어 △유해화학물질 안전보건 대책 마련 △유해위험업무의 도급 금지 △업무상질병인정기준 완화 등 10가지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삼성이라는 회사에 사람 냄새·인간의 존엄성이 움트고 반도체 전자산업에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싸워 나갈 것"이라며 "자식을 잃은 부모·부모를 여읜 어린 아이들·형제자매를 잃은 가족들인 저희들은 끝내 이 싸움에서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반올림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밤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기자회견 장소에서 개최했다. 추모의 날은 고 황유미씨가 죽은 이듬해인 2009년부터 반올림 주관으로 매년 열리고 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누출 사고 은폐 규탄 진상규명 및 대책수립 촉구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조만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을 노동부에 요구할 예정이다. 기흥공장은 올해 1월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화성사업장보다 안전시설이 열악한 것으로 전혀졌다. 최근 노동부는 화성공장을 특별감독해 1천93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상황을 적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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