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삼성의 대화 제의를 수용하면서 삼성 백혈병 사태가 불거진 이후 6년 만에 첫 공식 만남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반올림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대화 제의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반올림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7일 김종중 삼성전자 DS부문 사장(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은 삼성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남의 자리가 마련되어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반올림이 사과를 요구해 왔던 것을 감안한 듯 "삼성전자는 백혈병 발병자와 유가족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삼성 측의 서한을 받은 반올림은 유가족들과 협의를 거쳐 대화에 응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반올림과 삼성의 만남은 두 단계 절차에 걸쳐 진행된다. 우선 양측 실무진들이 대화의 의제와 범위를 정하는 사전 만남을 갖는다. 여기서 대화 범위가 정해지면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된다. 삼성전자에서는 DS부문 인사팀의 상무급 임원과 사내 변호사가 사전 대화 실무진으로 구성됐다. 반올림 측은 22일 피해당사자와 유가족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고 대표단과 대화 범위를 조정할 예정이다.

반올림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굴복하지 않고 싸워 온 고통의 시간과 노력의 결과로서 삼성의 대화 제의를 바라보고 있다"며 "삼성에게 사태를 책임지려는 자세로 대화에 임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화가 시작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간다면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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