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난소암에 걸려 숨진 노동자의 산재신청이 또다시 불승인됐다. 난소암은 최근 고용노동부가 업무상질병 인정제도 개편 과정에서 직업성 암 인정범위에 포함시킨 질병이다.

5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는 지난달 15일 대전지역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열고 삼성반도체 온양공장 출신 노동자인 고 이은주씨의 장의비 및 유족급여청구(산재신청) 사건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고 이은주씨는 만 17세인 93년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해 6년간 일했다. 이후 24세에 난소암 진단을 받고 12년간 투병생활을 하다 지난해 사망했다. 이씨의 유가족들은 같은해 공단에 산재신청을 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공단은 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보고서를 주된 근거로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씨가 담당한 업무인 금선연결(와이어본딩)공정에서 난소암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석면·탤크·방사선 등을 취급하지 않아 질병과 업무와의 관련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반올림은 "이씨는 난소암과 관련한 가족력·과거력·흡연력·음주력이 없을뿐더러 과거 고인과 한 조가 돼 근무했던 동료에게서도 난소 종양이 발생한 적이 있다"며 "난소암과 고인의 업무 및 작업환경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부가 업무상질병 인정제도를 개편하면서 직업성 암 인정범위에 포함시킨 난소암에 대해 공단이 산재 불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제도개선 효과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제도개선 이후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개선안이 나와도 현실에서 산재인정률이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부의 개선안은 직업성 암을 유발하는 원인물질을 대폭 추가하고, 발암물질 노출과 암 발병 연관성이 확인된 질병을 직업성 암으로 인정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반면 노동계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취지에 맞게 업무상재해 인정기준을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로 판단해 산재인정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반올림은 삼성전자 직업병 사건을 사회에 알린 고 황유미씨의 6주기 추모일인 6일 '반도체 전자사업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서울 강남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모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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