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울산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과 각종 암에 걸린 노동자들이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삼성전자 백혈병 사태에 이어 전자산업에 종사했던 노동자들이 희소질환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 논란이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원회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21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SDI 울산공장에서 일한 노동자 18명이 각종 희소질환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삼성SDI 울산공장 컬러브라운관사업부(1988~2006년)와 PDP사업부(2006~현재)에서 일한 여명운씨는 지난해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여씨는 작업 과정에서 불산과 유기용제를 다뤘다.

2004년 같은 공장 사내하청업체에 입사해 브라운관 마스크 세척작업을 2년간 했던 고 박진혁(사망당시 28세)씨는 급성림프구성백혈병에 걸려 2005년 숨졌다. 여씨는 이날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에 산재요양 신청을 접수했다. 고 박진혁씨의 유족도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신청했다.

컬러브라운관사업부에서 브라운관 패널을 불산과 가성소다에 세척하는 작업을 3년간 하다 2009년 비인강암에 걸린 김아무개씨는 지난해 산재신청을 했다. 현재 공단의 역학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반올림에 따르면 산재신청을 한 3명 이외에도 삼성SDI 울산공장에서 일하다 암에 걸려 사망하거나 투병 중인 노동자는 15명이 더 존재한다. 뇌질환과 신부전증을 호소한 노동자도 10명에 이른다. 제보에 따르면 이들 상당수가 컬러브라운관 1공장에서 일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당 공장은 86년부터 2007년까지 가동됐다.

서쌍용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상담실장은 "과거 삼성SDI는 컬러브라운관 생산이 증가하던 시기에 3공장까지 운영했다"며 "나머지 두 공장도 1공장과 같은 유기용제를 사용했기 때문에 각 공장별로 동일한 규모의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산재신청과 관련해 공단과 고용노동부는 피해자와 유족, 이들이 추천하는 전문인이 참여하는 공정한 역학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삼성SDI도 직업성 암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암 집단발병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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