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KT가 중간관리자 교육을 통해 조직적으로 노조활동을 관리하고 지배·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해 KT노조 대의원선거에 사측이 개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18일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사진 참조>에 따르면 KT 노사협력팀은 전국 노무관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KT민주동지회와 직원이 접촉하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내용의 교육을 진행했다. 해당 녹취록은 올해 4월10일 본사 노사협력팀이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직실무관리’ 교육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동지회와 직원 접촉하지 않도록 관리 지시=교육내용에는 KT의 조합원 현장조직인 KT민주동지회의 활동을 관리하라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민주동지회)의 실상을 잘 알고 직원들도 혹시라도 이 사람들과 접촉하더라도’, ‘미리 알고 있으면 이 사람들이 조직확대를 위해 활동하는 데 아마 어려움이 있을 것’, ‘소속 부서에 직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최근에 저런 사람들(민주동지회)과 관계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미리미리 살펴봐라’ 등이 언급됐다.

‘과거에 굉장히 폭력적이었고 지금도 여전하다’, ‘조합원들을 활용해서 자신들의 목적달성에 활용한다’ 등 민주동지회의 활동을 폄하하는 내용도 눈에 띈다. 당시 교육을 진행한 노사협력팀 관계자는 “관리자분들이 잡아 주지 않으면 폭발할 수 있는 내면의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며 “민주동지회가 끌고 갈 수 있는 것이 굉장히 크다”고 관리자들에게 주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KT 관리자, 노조 대의원선거 개입=관리자가 지난해 치러진 노조 대의원선거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녹취록에 따르면 부산지역 ㄱ지사 지사장은 “민주동지회 후보 쪽으로 나온 직원은 그해 1월에 발령한 직원이기 때문에 투표 결과 얼마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한곳에서만 투표를 해도 (민주동지회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투·개표소를 통합하도록 지역노사팀에 요청했다.

해당 지사 노조 대의원선거는 지사장의 요구대로 2개 지부·지회의 통합 투·개표가 이뤄졌다. 노조가 결정해야 할 투·개표소 설치 여부를 사용자인 지사장이 결정한 셈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81조를 위반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권영국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노조의 조직운영에 사용자가 지배·개입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며 “회사측이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민주동지회의 활동을 부정적으로 묘사해 활동을 막는 행위 자체도 지배·개입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이해관 공공운수노조 KT지부장은 “(녹취록은) KT가 실행한 불법적인 노무관리의 실상을 보여 준다”며 “민주동지회를 관리하는 수단으로 인력 퇴출프로그램을 이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이어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KT의 전반적인 노무관리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은수미 의원은 “KT의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과 노조 무력화는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며 “건강한 노조의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사업장에서 노동자 학대프로그램인 비밀 퇴출프로그램이 시행됐고, 그것으로 인해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동지회는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KT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한편 은수미 의원과 민주동지회는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록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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