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파업현장에 나타나 폭력을 행사하고 집기를 때려 부수는 ‘용역깡패’가 진화하고 있다. 메이저 경호업체 사이에서 생존하기 위해 ‘노조 때려잡기’라는 틈새전략을 택한 중소업체들은 공인노무사 사무소 등과 업무계약을 맺고 노사갈등 사업장의 정보를 공급받은 뒤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업영역을 다각화해 파업현장에 대체인력을 공급하는 등 기업의 면모도 갖춰 가고 있다. 용역깡패의 변종, 컨택터스의 등장은 이미 예고돼 있었던 것이다.

◇노무법인과 정보·수익 공유=경기도 남양주시에 본사를 둔 K업체는 ‘노사분쟁기업 전문 경호회사’를 표방한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서울 양재동 본사 경호를 맡았고, 2010년 구미 KEC 파업현장,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현장, 2008년 알리안츠생명노조 파업현장, 2007년 현대건설 파업현장, 2006년 GM대우(현 한국GM) 창원공장 사내하청 농성현장 등 굵직한 파업현장에 경호인력을 투입해 왔다.

K업체는 150여명의 경호인력을 두고 있다. 또 전국 48개 경호업체와 협력계약을 맺고 있다. 큰 사업장에서 파업이 발생하면 이들 업체가 팀을 꾸려 투입되는 식이다. K업체 자체 자료에 따르면 ‘경호의뢰 접수→맞춤형 상담 및 계약→정보분석·사전조사→경호 및 보안계획 수립→팀별 네트워크 구성 후 투입→상황종료’ 순으로 업무가 처리된다.

경호업체의 생사는 정보력에 달려 있다. 사업을 지속하려면 노사갈등 사업장 정보를 빠르고 꾸준하게 공급받아야 한다. 노조가 있는 업체의 사용자들을 컨설팅해 주는 노무법인은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원이다. K업체는 한 노무법인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노무법인에서 관리하는 기업에 노조가 발생했을 경우 회사측을 연결시켜 주시면 저희와 업무계약을 한 만큼 수익을 돌려드리겠습니다. 회사측과 저희가 수의계약을 통해 일을 진행하므로 노무법인에는 아무런 법적 하자가 발생하지 않고, 노무법인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게 됩니다.”

주요 노사분규 사업장마다 ‘노조 파괴 전문가’라는 별칭이 따라붙는 몇몇 노무법인의 개입 여부가 논란이 되는 것은 이 같은 수익구조와 무관치 않다.

◇독과점 구조 속 변종의 등장=보안·경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보안·경비시장은 2조원 규모로 형성돼 있다. 에스원·ADT캡스·KT텔레캅 등 빅3 업체가 시장을 나눠 갖는 구조다. 사실상 독과점 구조이다 보니 규모가 열악한 중소업체는 자생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컨택터스 같은 변종업체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군대 못지않은 진압장비를 동원해 노조를 때려잡고 돈을 버는 용병이 등장한 셈이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파업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단골업체가 늘고 있다. 비슷비슷한 콘셉트의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파업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폭력진압의 수위는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지난해 유성기업 아산공장에 투입돼 불법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면허가 취소된 CJ시큐리티가 대표적이다.

CJ시큐리티는 유성기업 외에 재능교육·유신코퍼레이션·경산병원·국민체육진흥공단·대우자판·부루벨코리아·씨엔앰·수원여자대학·삼성물산 등 노사분규 현장에 투입됐다. 노조 조합원 폭행과 차량 뺑소니 사고 같은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고, 여성 조합원에 대한 성폭력 계획을 세웠던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컨택터스도 노사갈등 사업장에 경호인력을 위장취업시키고, 노조쪽 교섭정보를 빼돌리는 등 프락치 심기에 나섰던 사실이 드러났다.

◇용역깡패의 기업화=이렇게 사세를 키운 경호업체들은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며 기업의 면모를 갖춰 가고 있다. ‘조폭의 기업화’와 닮은꼴이다. 컨택터스도 불법파견으로 의심되는 인력공급사업을 병행한 정황이 드러났다. 파업 사업장에 생산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파견직 투입이 금지된 제조업 직접생산라인에 상시인력을 파견해 온 것이다.

노사갈등 사업장에 진압인력을 투입해 노동자들을 끌어내고, 그 자리에 인력을 파견해 수수료까지 챙기는 원-스톱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노사분규가 발생할 때마다 ‘개별 사업장의 문제’라며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이, 용역깡패라는 독버섯이 번듯한 기업체로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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