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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은 지난달 29일 원장직에서 사임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재벌의 은행소유 방침’에 울분을 토했다.
“재벌에게 은행을 주는 법률 개정안을 어떻게 ‘경제살리기 법’이라고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정책을 대운하에 비유하기도 했다.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명분으로 공사를 시작해 나중에 공사구간을 연결하면 대운하가 건설된다는 세간의 의혹을 빗댄 것이다. 재벌의 은행 소유한도를 4%에서 10%로 올려 일단 발을 들여놓고 나중에 조금만 더 풀어주면 되니 닮은꼴이라는 설명이다. 은행법·금융지주회사법·보험업법·공정거래법 등 최근 이명박 정부가 줄줄이 내놓은 금융관련법 개정안에 대해 재벌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산업자본(재벌)들의 은행소유를 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넘겨줄 것이라는 우려다.

4일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은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재벌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마저도 풀어주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정부는 자통법 시행에 맞춰 이들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지난해 11월3일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확대하는 내용의 은행법·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비금융주력자의 은행주식 보유한도를 현재 4%에서 10%까지 상향조정하도록 하는 게 주 내용이다. 이어 같은달 5일에는 보험사들의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내용의 보험업법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에는 그룹사별 출자총액 제한 폐지와 지주회사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대통령실 중점관리 대상 법률안 45건’을 선정해 처리에 적극 나설 것을 한나라당에 요청했는데 이들 법안이 포함됐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자통법 시행에 대해 많은 걱정을 쏟아냈다. 자통법의 핵심인 증권사 지급결제기능 부여에 대해 우려했다. 전 교수는 “지난해 9월 파산한 리먼브라더스가 만일 지급결제기능을 갖고 있었다면 미국정부는 파산을 시키지 못하고 그 부실을 떠안아야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에 지급결제기능을 준다는 얘기는 결국 증권사를 파산위험으로부터 무조건 보호하는 보호막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지급결제기능을 가진 증권사를 파산시킨다면 엄청난 혼란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들 법안의 최대 수혜자는 누가될까. 재벌이라고 다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풍부한 자금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단연 삼성이 꼽힌다. 삼성은 정부로부터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차 인수자로 러브콜을 받았다. 그만큼 자금여유가 있다는 얘기다. 자통법이 시행되고 지급결제기능이 부여되면 증권사와 생명·손해보험사를 소유하고 있는 삼성은 금융시장의 지도자로 부상할 수 있다. 자통법을 ‘삼성을 위한 법’이라고 부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은 자통법 제정을 위해 적극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금융그룹을 만들어보겠다는 꿈을 품었기 때문이다. 은행소유가 허용되면 풍부한 자금력을 동원해 가장 먼저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이 선물로 주어지면 더할 나위 없다.

<2009년 2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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