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주일째를 넘어서고 있지만 하중근 포항건설노조 조합원(45)은 자리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부터 하씨의 쾌유를 기원하며 포항 동국대병원 앞에는 매일저녁 시민사회단체와 노조 조합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중근아 일어나라, 우리 목소리 듣고 제발 깨어나라”는 이들의 바램에도, 중근씨는 이들의 목소리를 아직 듣지 못한다.


중근씨와 같이 구룡포에서 살았다는 고향 형님 이아무개씨. 담담히 지난 16일 집회 상황을 이야기했다. “동생이 그렇게 앞에 나서는 놈이 아니거든. 그런데 그날 따라 맨앞에 서 있더라고. 나는 네번째쯤 서 있었고. 갑자기 경찰이 소화기를 뿌리면서 달려 오길래 뒤도 보지 않고 뛰었는데….”

유리문 두 장 넘어 중환자실에 중근씨가 누워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 그였다.

“노조가 도로 막고 집회하면 경찰과 충돌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고 마찰이 있기도 했지만, 이날처럼 ‘습격’을 당했던 것은 처음”이라고 말하는 그는, “경찰은 이날 방패와 곤봉을 앞세우고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고 증언했다. 그의 말처럼 이날 집회에서 중근씨 외에도 다친 이들이 18명에 달했다.

“술 좋아하던 동생은 항상 웃는 모습으로 주위사람들에게 잘하던 착한 이였다”는 동료들의 말처럼 중근씨는 나서지는 않았지만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남들처럼 휴대폰 문자메세지로 노조일정이 날아오면 참여했다가 일정이 끝나면 동료들과 술 한잔 기울이는 것을 더 좋아하던 조합원이었다. 이날도 평상시처럼 상황이 종료됐다면, 포항 구룡포 집 근처에서 형님들과 함께 소주 한잔 기울였을 그였다.

현재 중근씨의 상태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두차례의 뇌수술에도 일주일째 사경을 헤매는 의식불명 상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약물투여와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부여잡고 있는 중근씨. 조합원들은, 그가 일어나기만 기원하며, 오늘도 병원 앞에서 촛불집회를 계속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