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맞벌이 가구 여성노동자의 하루 평균 아이돌봄 시간이 12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남성은 여성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여성노동자의 돌봄 부담 해소를 위해 공적 돌봄 이용을 확대시켜야 하는데, 돌봄 인력의 노동환경 개선이 서비스 질 향상의 중요한 요소라는 진단이다.

출·퇴근 전후 돌봄노동 떠맡은 여성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17일 ‘젠더 관점의 사회적 돌봄 재편방안 연구(Ⅱ): 아동 돌봄 질 제고 전략 모색’ 보고서에서 지난해 8월 한 달간 0~12세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 1만 가구를 대상으로 돌봄 실태와 돌봄 정책 의견 등을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0~7세 영유아 부모 5천530명(여성 64%, 남성 35%)의 응답 결과를 종합하면, 맞벌이 가구 여성의 하루 평균 돌봄시간은 11.69시간이다. 뒤이어 어린이집·유치원 등 돌봄기관 7.76시간, 남성 4.71시간, 조부모 3.87시간 순이었다. 비맞벌이 가구의 경우 여성 돌봄시간은 무려 15.63시간으로 약 4시간 늘어나지만, 남성은 4.85시간으로 비슷했다.

영아를 키우는 맞벌이 가구의 돌봄 방법을 30분 단위로 분석하면, 여성노동자가 출·퇴근 전후 무급 돌봄노동을 떠맡고 있는 현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오전 6시부터 오전 8시까지 여성의 돌봄 비율은 60∼80% 수준이지만, 같은 시간대 남성은 15~19% 내외에 그친다. 업무시간이 시작되면서 돌봄은 돌봄기관과 조부모 등에 맡겨졌다가 퇴근시간 여성에게 다시 돌아온다. 오후 6시~6시30분대 기준 여성은 55.2%, 남성은 20.2%, 조부모는 15.5%, 기관은 5.9%다. 여성의 돌봄 비중은 계속 증가하다가 밤 11시 70%대까지 치솟는다. 반면 남성은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 사이 30%대를 유지하다 20%대로 떨어진다.

아동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유치원·학교 등 기관 돌봄시간이 늘지만 여성노동자가 그 외 시간 돌봄을 온전히 부담하는 경향은 다르지 않았다. 남성이 주양육자로서 돌봄에 참여한 시간은 없었다.

“돌봄인력 노동조건 개선해 서비스질 높여야”
“노동시간 단축으로 돌봄과 노동 균형 있게”

여성노동자의 돌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공적 돌봄의 질을 향상시켜 이용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응답자들은 가장 필요한 돌봄 정책으로 ‘돌봄 서비스 기관의 질적 향상’(32.0%)을 꼽았다. 돌봄 구성요소 중 서비스 질 향상에 제일 중요한 요인은 ‘교사’가 지목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영유아 교육·보육의 확대에서 중요한 건 서비스 질이며, 이를 위해 돌봄 인력의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성정책연구원은 “OECD는 질에 대한 관심 없이 돌봄서비스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고 본다”며 “초기부터 돌봄의 질이 인력에 따라 결정됨을 강조해 왔다”고 짚었다.

공적 돌봄의 확장만이 답은 아니다. 응답자 중 절반 이상(52.8%)은 ‘부모 근로시간 소폭 감축, 자녀 돌봄시간 소폭 증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가능하다면 부모의 직접 돌봄시간이 더 많아지길 희망하는 것이다.

여성정책연구원은 “돌봄 서비스 공급 관련 정책과 함께 양육자가 돌봄과 노동을 균형 있게 할 수 있고 지금보다 돌봄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는 노동시장 정책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국인 가사도우미 이용 의향’을 묻는 응답엔 ‘의향 없음’이 74.0%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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