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강공’을 펴는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면서도 응급실 진료거부 같은 과격한 대응은 공식화하지 않는 데서 복잡한 내부사정도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정작 필요한 필수·지역·공공의료 정책은 표류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복잡한 전공의, 비대위 꾸리는데 집단 진료거부 ‘쏙’

13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날 온라인으로 진행한 총회 결과 회장을 제외한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고 비대위를 꾸리기로 했다. 대한의사협회의 집단 진료거부 같은 과격한 결정은 이날 드러나지 않았다.

복잡한 심경이 읽힌다. 우선 전문의 자격시험(2차)을 19일 치르는 게 부담이다. 전문의 시험 합격률은 항상 90%를 상회할 정도로 높지만 결코 쉬운 시험은 아니라서 당장 거리로 나오기는 어렵다.

정부의 강공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문의 수련규정에 따라 최근 전문의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를 명령했다. 만약 전공의가 집단 진료거부 등을 강행하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강공의 배경은 의사단체를 향한 싸늘한 시선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천16명 중 89.3%가 의대 증원에 찬성했고, 85.6%가 의사단체의 진료거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윤석열 정부의 ‘전적’도 전공의들을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의대 증원에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는 점에 힘입어 총선을 앞두고 ‘카르텔 때리기’ 연출을 재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의사를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식의 의사단체의 태도에 오만하다는 인상이 짙어져, 정부로서는 강경대응이 어렵지 않은 분위기일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반등을 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공의협회가 총회에서 집단 진료거부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의대 증원만으로 ‘쏠림’ 못 막아

문제는 의사단체와 정부가 강경대립을 지속할수록 정작 손봐야 할 의료제도 개혁은 희미해진다는 점이다. 정부는 필수의료혁신을 강조했지만 현재 나온 대책은 의대 증원이 전부다. 이후 제도개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인기 진료과목이나 수도권으로 의료역량이 집중되는 것을 막긴 어렵다. 되레 늘어난 의사 수로 국민건강보험 부담만 늘어날 여지도 있다.

노조와 시민사회, 의료계가 대안으로 제안하는 것은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치다. 지역의사제는 의대 입학 당시부터 별도의 지역의사 선별전형을 두고 10년간 의무 복무하는 제도고, 공공의대는 교육비를 지원하는 대신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는 의사를 배출할 새 의대를 설립하는 게 뼈대다. 현재 두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행처리했다.

1월 임시국회에서는 법사위 전체회의에도 오르지 못했다. 노조와 시민사회는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두 법안 가운데 공공의대 설치안은 국민의힘 의원들도 지역구 요구에 따라 5개나 발의했지만 정부 차원의 반대로 논의에 진전이 없다.

2월 임시국회에서는 본회의 상정 여지가 있다. 국회법상 직회부제도 덕분이다. 지난해 11월 복지위를 통과한 두 법안은 이달 15일이면 60일이 된다. 이 사이 법사위 논의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소관 상임위의 재의결로 본회의 직회부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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