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관계 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단체 간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정치권이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사회단체는 의료제도 개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배경으로 의료 공공성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1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야권은 ‘의사 때리기’로 총선 전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정부·여당에 맞서 ‘합리적 중재자’ 지위를 선점하려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항간에 도저히 (의사단체가)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던지고 혼란을 극대화해 관심을 끈 뒤 누군가 나타나 규모를 축소해 타협을 끌어내는 정치쇼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며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 의사협회측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여론조사서 현 정부 긍정평가에 의대 정책 첫 포함

실제 의사단체의 의대 증원 반대 집단 진료거부 등은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나타났다. 16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2월 셋째주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평가가 33%로, 2월 첫째주 29%보다 상승했다. 긍정평가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2%)가 처음 집계됐다. 같은 조사에서 의대 증원에 응답자들 대다수(76%)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으로서는 의대 증원을 반대하기도, 마냥 긍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놓칠 우려도 있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 움직임은 선제적으로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도권을 쥐려는 시도라는 평가다. 다만 의사단체와의 협의를 언급한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다가 실패한 40명 규모 공공의대 설립과 공공의료 의무복무 같은 정책을 관철하는 요구를 해야 할 상황에 음모론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며 “의사단체는 공공의대 같은 대안은 모두 거부하고 수가인상만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중재하겠다는 이야기냐”고 지적했다.

공공성 강화 외면하고 ‘수가’ 올려 타협 여지

정부·여당과 의사단체가 극적인 합의를 이룰 여지도 있다. 정부·여당은 의대 증원은 강조하면서도 의사단체가 반발하는 공공의대 설립이나 지역의사제 도입 같은 방식의 필수·지역·공공의료 계획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할 당시에도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서는 “4년 이상 걸리는 공급계획”이라며 실효성을 부정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라 타협이 이뤄진다면 의대 증원 규모 축소와 의사단체가 요구하는 의료수가 인상을 교환할 여지가 크다.

동시에 비대면 진료 확산까지 노린다는 평가다. 이미 “(의사 집단행동시) 구제는 없다”며 엄정 대응 기조를 반복해 밝혔던 보건복지부는 이날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집단행동 기간에도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도록 필요시 병원급을 포함한 모든 종별 의료기관에서 대상 환자 제한 없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른바 ‘의료대란’의 중심은 수술과 응급실 대응 등을 하는 전공의들인데 이들의 업무는 정작 비대면 진료와는 무관하다. 어떤 쪽이든 총선을 앞두고 의사단체와의 대립과 대화 등을 오가며 지지율을 끌어올릴 여지는 충분한 셈이다.

“공공의대·지역의사제법안 이번 국회서 처리해야”

마음이 바쁜 것은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다. 의료혁신이 의대 증원을 둘러싼 힘겨루기로 축소돼 실효성 있는 공공·지역·필수의료대책 논의가 더디기 때문이다.

김 사무국장은 “현재 지방의료원이 고사 직전인데 야당도 이에 대한 가시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의료혁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때 지방의료원 문제를 포함해 공공의대의 필요성과 정부가 책임지고 의사를 공적으로 양성하는 체계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는데 더디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날부터 임시국회가 열린 만큼 관련법 논의가 급진전할 여지는 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최근 민주당과 만나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공공의대법안과 지역의사제법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두 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법사위로 넘어간 뒤 논의가 중단돼 1월 임시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같은 제도 도입 없는 의대 정원 증원은 인기과 쏠림을 막지 못하고, 이로 인해 국민건강보험 부담만 더 커지는 미완의 정책”이라며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두 법안만큼은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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