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투어
▲ 하나투어

하나투어 사측이 노조와 임금교섭 중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발표했다. 노조 교섭력을 약화시키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측 마음대로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지급 여부를 정할 수 있는 구조라 더욱 문제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최대 매출을 달성한 하나투어의 연말 성과급은 0원이다.

반복되는 사측 일방통행

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하나투어 사측은 지난달 29일 올해 임금조정안을 발표했다. 총 임금 재원 중 6%로 월 평균 5.5%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월 10만원 일괄 인상하는 특별인상안도 포함됐다. 노사협의회에서 결정한 내용이다.

문제는 사측이 하나투어노조(위원장 박순용)와 임금교섭 중이었다는 점이다. 노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임금교섭을 이어 오고 있다. 노조는 임금인상률 총액 대비 15%를 제시했다. 여행 수요 폭증에 따른 매출 증대와 코로나19 시기 무급휴직 등을 고려한 수치다. 사측은 5차 본교섭인 지난달 27일에서야 사측안을 제시했다. 내용은 앞서 발표된 임금조정안과 같다.

사측의 일방통행은 반복적이다. 지난해에도 사측은 교섭 중 노사협의회 결과로 임금인상률을 발표했고, 이후 사측안을 고집하면서 교섭이 공전됐다. 노동위원회 조정으로 넘어갔지만 결국 사측안이 받아들여졌다.

박순용 위원장은 “과반노조가 되지 못하도록 노사협의회를 통해 교섭력을 낮추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워낙 낮게 형성된 임금 때문에 사람을 뽑아도 자꾸 나간다”며 “코로나19 시기 임금 정체를 겪으며 신입보다 대리급 연봉이 낮은 임금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임금인상률·성과급, 대표이사에 달렸다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관련 노동자 개입 여지마저 좁은 구조다. 하나투어 연봉제 규정에 따르면 영업이익 목표 달성률이 95~100%일 경우 임금 재원은 최대 6%다. 목표를 초과한 경우 노사협의회를 통해 추가 재원을 검토할 수 있다. 사측이 임금인상률을 한정한 셈이다. 아울러 사측은 임금인상률의 기준인 영업이익 목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측 마음대로 재원 규모를 결정할 수 있다.

이는 성과급 지급 여부와도 연결된다. 연말 성과급의 경우 잉여 영업이익금의 30%를 제공하는데, 목표치를 알 수 없으니 잉여도 알 수 없다. 노조는 이날 사측에 영업이익 목표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성과급 세칙에서 대표이사가 전체 성과급 관련 내용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건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하나투어가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연말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은 이유로 지목된다.

박 위원장은 “코로나 시기를 겪은 장기근속자들에게 올해 4월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지만 성과급 규모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측 윤정토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종로)는 “성과금 지급액이나 지급방법·일시 등을 노사합의로 정하지 않고 사측은 경영권이라며 교섭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성과금의 임금성을 부정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측 관계자는 “사규(연봉제 규정)에 따라 노조에 먼저 임금인상률을 제시했고, 이후 노사협의회에 전달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며 “영업이익 목표는 시기상 지금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급 지급은 의무가 아니며 특별인상까지 더하면 임금인상률은 7~8%”라며 “코로나19 이전 2~3%였던 상황과 비교하면 최대치로 반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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