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우리나라는 25년 만에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역전당했고, 수출·내수 모두 성적이 저조하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가 현실화하는 등 암울한 경제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종부세·법인세 등 이른바 부자세 감면으로 세수부족 현상도 심각하다. 무엇보다 올해 출산율 0.7명이라는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인구소멸 국가’ 1위로 꼽힌다고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물가·고용·성장·주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한국 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2위라고 보도한 것을 경제정책 선방의 근거로 삼으며 위기의 실체를 짚지 못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우석훈(55·사진) 전 성결대 교수를 만났다. 우 교수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마치고 파리 10대학에서 생태경제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2007년 <88만원 세대>를 출간해 널리 알려졌다.

세입 관리 실패, 정부 운영 능력 없다

- 윤석열 정부 1년 반 경제성적을 어떻게 평가하나.
“2023년 경제가 안 좋은 걸 전부 윤석열 정부 때문이라고 하긴 어렵다. 인플레이션이란 특수상황과 국지전이 있었다.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가 그때 선방하면 오히려 이상한 거다.
그런데 윤 정부는 두 가지를 이상하게 했다. 먼저 세입 관리를 안 한 것이다. 세입은 관리하기에 따라서, 이른바 부자감세를 속도를 봐 가며 하든가, 세입이 안 좋을 것 같으면 늦춰서 하든가 해야 한다. 그런데 세입 관리를 안 하니 정부 운영이 어려워졌다.

그리고 연구개발(R&D) 예산을 깎은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앞으로 올 미래를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결정적인 것이다. 현장에서는 난리다. 모든 과제의 20~30%가 깎였다. 전 연구팀이 구조조정 중이다. 사업비에 이어 인건비를 줄이다가 이제는 사람을 자르는 거다. 전체 R&D 예산을 줄인 건 월별로는 바로 문제가 안 보이지만 한국의 미래에서는 문제가 나타난다.”

우 교수는 R&D 예산삭감을 결정타로 판단한 듯했다. 그는 “한국이 미래에 대해서는 좌우가 만날 싸워도 합의하는 몇 가지가 있었다”며 “연구는 하자. 내용은 달라도 같은 방향성이 있었는데 그게 근본적으로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그 원인을 윤 정부 내부에서 찾았다. 우 교수는 “이런 상황이 되도록 이를 이해하거나 조언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게 큰 문제”라며 “정부를 운영할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엉망인 정부는 드물다. 앞으로 미래에 걱정거리가 생길 것이다. 2023년까지는 버티겠지만 앞으로 잘못 운영한 효과들이 누적해서 나올 것이다. R&D 예산을 줄인 것은 공격적인 (연구과제가) 안 나오고 특허가 줄 것이다. 장기과제가 중요한 건데 누적효과가 나올 마지막 시점에 연속과제라고 다 잘라 버렸다. 윤 정부에는 아마추어라는 말도 안 쓴다.”

한국 미래 달린 R&D 예산 깎은 윤 정부
경제체질 약화, 미래 지표 모두 안 좋아 

-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은 뭔가.
“군사정권도 보수정부도 다 연구는 했다. 이건 이념도 아니다. 최고통치자의 기분에 따라 움직인다. 경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천천히 움직이는 건데. 노태우 정부 이후 외교는 실리외교였다. 미국과는 안보, 중국과는 경제. 이 기조가 바뀌었다. 중국시장이 어려워졌다. 대안을 마련하면서 해야 하는데, 정치적 이유로 현실이 됐다. 이를 회복하는 데는 몇 년은 걸릴 것이다.

선행지표라면 중국 유학생이 급감하고 정서가 바뀌었다. 수출은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핵심부품만 그렇지 소비재는 더 타격을 받을 것이다. 중국에서 빠진 것을 벌충할 대안이 없기 때문에 메커니즘상 생산적인 곳을 못 찾으며 교착상태에 이른 것이다.”

- 상대적으로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 강화 방향으로 갔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 이름으로 많이 불렸다. 외치, 외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걸 잘 못하면 수치가 급변하는 거다. 실제로 상황은 어려운데 외교적 대안 없이 역주행했다. 미국에서 벌충할 만한 것을 땄나. 진짜 무능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나중에 알아 대응하지 못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미국 통상라인이 혼나고 이러면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누가 뭘 하든 신경도 안 쓴다. 사방이 결국 대충하면서 결정적으로 터진 게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다. 부산엑스포는 이제 시작이라고 한다. 다 (한국에) 돌아서 있는데 넋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 한국 경제가 더 안 좋아질 것이란 신호는 무엇인가.
“잠재성장률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용어로 보면 펀더멘털, 체질 자체가 약화했다. 잠재성장률이 1%대로 안 좋다. 지금 같은 저성장 시대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 현재 지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우수할 수 있지만 미래 지표는 다 안 좋다.” 

저출산, 정부가 뭘 할지부터 말해야

- 윤 정부는 1년 반 내내 건전재정을 주장하며 R&D, 복지 등 주요 예산삭감에 집중했다. 야당은 윤 정부 경제정책의 ‘이념과잉’ 문제를 지적한다. 
“작은 정부가 원래 보수의 오래된 핵심 가치다. 하지만 줄이는 기조에서도 균형을 찾으며 해야 하는데 세출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긴축을 한다면서 전 여당 대표가 지역구 예산을 수십억원 챙겨 가는 걸 보면 이게 작고 효율적인 정부인 건지. 작고도 썩었다.”

- 경제 운영 방식에서 가장 큰 문제가 뭔가.
“저는 돈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수정부는 그런 거 안 한다고 알고 국민이 선택했다. 작은 정부는 작지만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아이들 교육은 시켜야지. 계획이 뭔가. 계획도 없이 뭘 줄이고 늘릴 거냐. 밑그림이 없다. 경제도 사회적 합의에 의한 것인데, 합의라는 과정이 없다. 민주화된 경제는 합의해 나가는 거다.

지금 정부정책이 다 언론을 통해 던져 보고 간을 보고 넣다 뺐다 한다. 그런 면에서 독재적 스타일이다. 정치가 독재인지는 모르겠는데, 경제는 독재인 것 같다. 부산에서 재벌총수들 모아 놓고 떡볶이 먹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저 재벌총수들이 또 무슨 약점을 잡혔길래 그러나 싶기도 하고.”

- 앞서 돈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디에 돈을 써야 하나.
“지금 출산과 육아 인프라가 지방부터 무너지고 있다. 병원에서 출산하고 육아를 유지하는 것은 국민경제 틀을 갖추기 위해 시급하다. 그런 틀을 짜고 돈도 넣어야 한다. ‘큰일 났네’ 이러고만 있어선 안 된다. 어떤 지방 소도시에 출산할 병원이 없는데 화장장이 5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거기에 돈을 넣어야 한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에게 뭘 해 주겠다, 버티고 있는 학교에 지역 문화시설로 인정해 주겠다, 모든 것에서 우선해서 넣어야 한다. 그게 지방정책이기도 하다. 아이 키우는 데 기본을 갖춘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 지금 안 하면 그 지역 읍면 단위는 다 무너진다. 거기에 돈을 쓰는 것에 동의가 돼야 한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원전이 한국 경제 10년 후퇴시킬 것

-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시간이 많지 않다”며 “모든 부처가 함께 비상한 각오로 저출산 문제에 임하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너무 작다. 파견공무원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일본은 특임장관을 두고 정부부처를 만든다. 적어도 ‘부’는 돼야 한다. 한국에서 여성가족부는 ‘부’인데도 정부 내 순위가 밀려 어렵다. 그런데 실체 없는 위원회로 하면서? 정부부터 노력해야 한다. 정부가 뭘 하겠다는 이야기를 해야지, 너희가 열심히 하면 도와 줄게 이래선 안 된다. 남의 일이 아니다. 굉장히 시급한데 연말연시 신년인사하는 것처럼, 세배 드리는 것처럼, 아이들 좀 태어나 주세요, 1년에 한 번 이야기하면 되는 것처럼 한다.”

- 윤 정부 들어 재생에너지보다는 원전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RE100(재생에너지 전기 100%) 등 환경규제가 강화하고 있는 추세와도 맞지 않다.
“(윤 정부에는) 환경이 없다. 원전을 늘리면 밀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한국 보수는 보수를 지원하는 지역에 원전을 늘리겠다고 한다. 지금 밀도가 너무 높아서 시행 불가능하다. 부지 확보를 더 하기도 어렵고, 시행 불가능한 걸 그냥 하는 거다. 가장 이상한 게, RE100을 싫어하는 것은 알겠다. 그래서 CF100(탄소배출 제로 100%)를 하겠다고? 말이 안 된다. RE100은 정부가 협상하는 게 아니라 민간에서 하는 거다. 정부가 주도해서 뭘 하든 민간회사의 유럽수출에 아무 해당사항이 없다. 재벌총수들이 부산에서 대통령과 떢볶이를 먹은 것의 연장인 셈이다.

CF100은 용산을 보면서, RE100은 고객을 보면서 하는 거다. 결국 아무것도 못 한다. 미래를 저당 잡히는 거다. 환경은 선의로 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다른 사람 선의에 기대는 게 거짓 평화라고 했는데, 환경으로 보면 다른 나라 선의에 기대는 게 가짜 환경이다. 우리는 CF100이 최선이라고 하지만 (유럽 등에선) 그건 네 생각이지, 우린 협력 안 할 거야, 그런다.

환경도 전쟁을 하고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전쟁터에 나가 있다. 원전이 한국 경제를 10년 후퇴시킬 것이다. 다른 데가 너무 빨라지고 있다. 최근 재생에너지가 추가되고, 지금 우리는 너무 늦었는데, 격차가 더 벌어졌다. 도대체 이런 걸 어디서 결정하는 건가. 대통령이 경제를 결정하는데 누가 모이나. 경제는 독재다.” 

밤새워 일 시키는 업체 도태될 수밖에

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 중 노동시간 유연화는 ‘주 69시간’ 논란으로 역풍을 맞아 정책 재검토 뒤, 업종·직종별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우회한 정책을 지난달 발표했다. 노동시간 단축이란 전 세계적,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일 뿐 아니라 지금도 만연한 장시간 노동, 과로사 문제 해소는 더욱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 노동시간 유연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보나.
“환경의 원전 같은 게 노동에서는 노동시간이다. 주 4일 근무제는 앞서가는 기업에서 나타나는 흐름이다. 주 5일제는 한국에선 정부가 선도했다. 공공 먼저, 민간에 확산했다. 일본에서는 주 4일제를 한국식 주 5일제를 모델로 한다고 한다. 공무원이 먼저 하자고 국가적 논의 중이라고 한다. 영국은 공공부문에서 이미 하고 있는 곳이 있다. 한국은 이번엔 거꾸로다.

삼성에서 시범사업을 검토 중이다. 좋은 인재를 확보하면서 창의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쥐어짜는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는 수출선도 산업이 아니다. 죽어라고 일 시킨다고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다. 20세기 경제를 끌고 오려는 것은, 현실과 정치 두 개에서 다 실패하는 것이다. 검사들이 밤새던 습관이 있어, 밤 좀 샌다고 뭔가 문제냐고 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하면 안 돌아간다. 현장에서 그렇게 하려면 업체는 도태된다.”

- 청년세대도 노동시간 연장에 좋지 않은 시선을 던진다.
“전형적인 탁상공론, 구시대적 발상이다.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세계적인 추세가 있다. 윤 정부를 지지하던 20대들이 그걸 보고는 ‘잠깐, 저건 내가 갈 길이, 미래가 아냐’라며 많이들 돌아가는 것을 봤다. 밤새워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고, 밤새워서 나오는 것도 없다. 시대착오다. 인기도 없고 효율성도 없다. 한국 보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을 조율해 왔지만 지금은 과정도 생략한다. 보수가 취약해졌다. 되지도 않을 일에 인심만 잃고 있다.”

비정규직도 결혼·출산할 수 있어야

- 한국의 노동시장은 양극화, 이중구조가 심각하다고 이구동성 지적한다. 정부는 비정규직 보호정책을 펴왔지만 비정규·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등 고용형태는 더 다양화하고 고용 불안정성은 더 심화하고 있다. 오히려 윤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노동시장 양극화와 불안정성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노동자성으로 논쟁할 게 아니라, 노동자로 그냥 전환해야 한다. 그렇게 장기적 안정성을 가져야 서로 편하다. 매번 싸울 수는 없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해법이 쉽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되게 어렵고 국가별로 상이하다. 지금은 그냥 방치다. 결국 머리띠 두르고 힘 대 힘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정치가 문제가 된다. 정상적으로 문제를 풀라고 정치가 있는데.”

-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도 그 문제 해결 방식 중 하나였지만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노란봉투법을 거부하면 대안을 제시하든가, 파란봉투법을 준비하자, 이러면서. 민주주의 정치는 양보하는 것이다. 고지를 지키는 철옹성이 아니다. 싫은 건 알겠는데 타협안을 내놓든가 해야지, 나는 거부 끝, 이러면 어떻게 하나. 입법부가 법을 만들면 행정부는 집행해야 한다. 집행하기 싫어 거부할 수 있지만 뭘 어떻게 하자는 거냐. 그냥 없던 걸로 해주세요?”

우석훈 교수는 <88만원 세대> 저자로서 저임금 노동에 착취당하고 비정규 노동자로 노동시장에 내몰리는 20~30대 세대의 현실을 알렸다. 그 뒤에 연대·결혼·출산 포기라는 삼포시대 등 청년세대를 일컫는 용어가 유행하는 등 청년세대의 현실은 더욱 암울해져만 갔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현재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진단할까.

“더 심각해졌다. 편의점 알바를 예로 들어 보자. 남녀 상관없이. 유럽에서는 편의점 알바들이 연애하고 동거하고 아이도 낳는다. 편의점 알바라도 실업자가 아니고 노동과정에 들어가 있다. 비정규직도 연애도 결혼도 아이도 낳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출산에 대한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그것이 그 사회의 기본이 되는 거다.

양가 합쳐 3억원 결혼자금 증여세 면제, 아이 낳으면 1%대 금리로 5억원 대출 같은 게 편의점 알바와 무슨 상관인가. 그보다는 임대주택이 필요하고, 기본적 생활에서 무상교육과 교육에 얼마나 더 쉽게 접근하게 해주냐가 중요하다. 정부는 중산층 중에서도 자산 있는 사람만 보는 것 같다. 정책을 디자인할 때 편의점 알바도, 대리운전 기사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정책을 같이 해야 한다. 지금 정부 대책은 부모 탓, 소외감만 느끼게 한다. 출산율은 더 내려갈 것이다.”

16년 전보다 더 심각해진 청년 문제
저출생 문제가 고통받는 청년의 미래

- <88만원 세대>에서 청년들에게 ‘짱돌(연대)’을 들고 기성세대와 경쟁하라고 했다. 그 뒤 정치권은 청년비례 같은 구조로 청년을 소비하기도 했지만 청년문제 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오늘의 청년문제를 어떻게 진단하나.
“역부족이다. 담론은 많이 생겼지만 사회를 바꾸지는 못했다. 처음에 그 이야기를 한 것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40대에 당선되면서 한국에서는 왜 안 될까에서 출발했다. 유럽에서는 좌파쪽이 강할 때는 보수쪽이 전략적으로 연령을 낮춘다. 대체로 우리나라도 그렇더라. 젊은 사람들 내세우는 건 보수들이 잘한다.” 

- 결국 결혼과 출산을 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건가.
“좌우 상관없이 지역경제, 저출생에 관한 합의가 가능하다. 그 합의는 돈이 들어가는 거라서 최적안을 낸다고 되지 않는다. 아무도 손해 보지 않고 한쪽만 올라가지 않는다. 한쪽이 올라가면 한쪽은 피해가 생긴다. 그래서 최적안을 찾지 못해도 과정이 필요하다. 과정 없이 설득이 안 된다. 피곤하고 시끄러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게 선진국이다. 

그런데 지금 검사들은 선진국이 불편하다. 왜 이렇게 말이 많나, 그래서 ‘발목 잡기 야당’이라고 한다. 원래 여당도 행정부 발목을 잡는다. 선진국 정치가 그렇다. 영국 총리들도 국회 가기 싫다는 거 아닌가. 다 자기 편인데도 반발이 많고 손가락질하고 싸운다. 우리 검사들은 취조만 해 봤지 토론을 못하는 것 같다. 야당을 범인으로 몰아넣어 취조하고, 야당은 오래된 근력이 있어서 취조당하지 않겠다고 한다.”

- 그럼 청년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세계적 현상이다. 청년 중 극우파 성향이 많이 등장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그렇다. 한국에서는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이 취약해지고 같이 늙어 버렸다. 거기에서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본이 먼저 그랬다. 전체적인 표로 보면 보수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도 젊은 사람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쟁은 의미가 없다. 청년 문제를 방기해도 되는 사회는 없다. 해법은 시대마다 달라지지만. 저출생 문제는 청년 문제와 같다. 청년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아이는? 내가 죽겠는데. 끝인 거다. 저출생도 고통받는 청년의 미래가 이렇게 나타나는 것이다.”

- 진보정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대표적으로 정의당은 2000년대 초반 건강보험 문제를 비롯해 다른 당이 베낄 정도로 정책 1번지였지만, 지금은 정책1번로서의 역동성을 잃었다. 정책능력을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 작은 정당이 선명한 정책, 효과적 정책을 내는 것만이 유일하게 살 길이다. 그런 면에서 많은 사람들과 고민하는 수밖에 없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한동훈만으로 여당 100석 어려울 것

자연스레 정치 이야기로 넘어왔다. 그리고 파격적인 이야기를 했다. 우 교수는 “지금까지 윤 대통령이 탄핵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200석이 넘어가야 가능해서 그랬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보면서 윤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수 있을까 처음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왜 그렇게 판단한 걸까. 우 교수는 한 비대위원장의 취임사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동료 시민’이란 표현을 10번 사용했다. 

“시민은 신을 대신한 개념이다. 신 위에 세워, 신을 치우면서 근대가 열렸다. 신이 없는 자리에 인권을 세웠다. 근대 정신에서는 시민들이 혁명을 통해 공화국을 만들었고 공화국은 시민의 권리선언 위에 헌법을 세웠다. 시민이라고 할 때는 모든 것을 우월하는 초월적 권리를 이야기한다. 거기에 ‘동료’가 붙는 게 아니다. 근대 형성에 대해 정상적으로 탑재돼 있지 않다. 그냥 기본 구도를 외우기만 했구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여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했지만 기본적인 상식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민심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100석을 유지하기에는 한동훈 비대위원장만으로는 안 된다. 서울 민심은 노태우도 전두환도 잡아넣었다. YS는 노태우를 잡아넣고 하나회를 쳤다. 한국 보수들은 정치논리를 알지만 윤석열·한동훈은 모른다.”

- 정치적 위기 앞에서 윤 대통령이 정책을 전환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안 바꿀 것이라고 본다. 나는 윤 대통령이 외교무대에서 세일즈 한다는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 세일즈는 민간이 하는 거다. 어떤 나라에서 세일즈하러 왔다면 장사꾼으로 대하고 마음을 닫게 된다. 외교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 예의가 아니다. 정부는 세일즈하는 게 아니라 레짐,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정부 레짐이란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평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이런 게 외교다. 근본적인 것들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건설사 100개가 망하는 게 무슨 큰 문제인가. 집 때문에 고통받는 청년이 수십만 명이다.

<88만원 세대>를 쓴 뒤 많은 청년들을 만났다. 그들은 ‘집’이란 말에는 반응이 없었지만 ‘방’이란 말에 반응했다. 창문 있는 방이요, 풍경도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집으로 사유하는 것은 기득권 사유의 세계관이다. 가진 사람들 세계 말고 정말 어려운 사람들의 또 다른 세계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느냐 못 채우느냐에는 그 문제도 달려 있다. 민주주의는 타협하는 것이다. 합의하는 것이다.”

글=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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