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30명 미만 사업장의 주 52시간 상한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시행이 사실상 1년 더 유예됐다.

고용노동부는 29일 8시간 추가근로제 일몰에 따라 사업장에 부여한 계도기간을 내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 제도는 2018년 주 52시간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영세사업장의 충분한 준비 기간을 부여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2021년 7월부터 2022년 말까지 1년6개월에 한해 1주 8시간을 더 일할 수 있도록 도입했다. 2023년 제도가 시행되자 노동부는 30명 미만 사업장을 장시간근로 감독 대상에서 제외하고 법 위반시에도 시정기간을 부여해 사법처리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계도기간을 1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기간을 1년 더 연장한 것이다.

노동부는 “주 52시간제가 현장에 정착돼 가고 있으나,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상시적인 인력난과 고금리·고물가 등 경제상황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계도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이는 한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노동부가 말한 현장의 의견은 중소기업 사업주 간담회, 관계부처 회의 등으로 노동계 의견은 듣지 않았다.

노동부는 “사회적 대화가 복원된 만큼 노사정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조속히 추진해 조기에 계도기간을 종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월 주 최대 69시간 연장근로 우려를 낳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으로 홍역을 치른 뒤 주춤하던 ‘근로시간 제도 개편’ 추진에 힘을 모으는 모양새다.

이정식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한 모임공간에서 열린 ‘노동의 미래 포럼’ 5차 회의에서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7일 주 40시간을 초과한 나머지 시간을 연장근로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루 8시간을 초과한 나머지 시간을 연장근로로 보던 노동부의 기존 행정해석과 다른 판결로, 하루 21.5시간 초압축노동이 가능해졌다는 노동계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장관은 해당 판결을 “주 52시간제의 틀 안에서 필요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합리적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번 판결의 취지를 반영해 근로시간의 유연성과 건강권이 조화를 이루는 충실한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의제로 밀어부치면서 사회적 대화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은 현행 제도보다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는 방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14일 노사정 대표자 만남 후 ‘근로시간’이 대화 의제로 선정됐다고 오해할 만한 표현이 나오자 “이것(근로시간)이 향후 대화 의제화되는 것은 아님을 말씀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사회적 대화 참여 주체를 넓히려 한다는 내심도 엿보인다. 이 장관은 “사회적 대화가 꼭 중앙 단위에서 조직화된 노사를 중심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며 “미조직 근로자, 플랫폼 종사자, 청년 등 참여 주체를 다변화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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