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선거제도도 중요하나 진보정당이 결집하는 게 우선이다. 제도개선 투쟁이 필요하다고도 하지만 그 동력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진보정당이 힘을 모아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선거제 개악으로 경로가 차단된다는 논리를 형성해야 한다.”

양경수(47·사진)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자가 민주노총의 총선 대응을 언급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민주노총 직선 최초로 재선에 성공한 양 당선자는 1월1일 임기 시작을 앞두고 인수인계 절차를 밟고 있다. 윤석열 정권 3년 차에 들어서는 내년은 올해보다 더 노정 간 대립이 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일노동뉴스>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양 당선자를 만났다.

“코로나19에도 투쟁 포기하지 않은 것 평가받아”

- 재선 도전이 전임 위원장에 대한 인적 평가 성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평가라고 본다. 지난 선거를 돌이켜보면 사회적 대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거웠고, 투쟁하는 집행부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시점에도 투쟁을 포기하지 않고 완강히 밀어온 것이 평가를 받았다. 내외적으로 민감한 문제들을 토론해 매듭지은 것도 있다. 정치·총선방침과 대선방침 등을 결과적으로 충분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내부소통을 통해 만들어 간 것도 긍정적으로 봐주셨다.”

- 지난 임기 동안 전태일 3법을 추진했다. 평가와 과제는.
“여전히 유효하고 잘 설정된 과제다. 노동자의 안전문제와 노조할 권리, 법적인 보호를 받을 권리의 문제를 제기한 의제다. 정치권력에 의해 무력화하거나 훼손되는 게 문제다. 당장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50명(억)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가 논의 중인데 되레 확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도 부족하나마 국회를 통과했는데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으로 막혔다. 다시 준비해 관철하려 노력해야 한다. 지난 3년간 전태일 3법 중 두 가지는 국회를 문턱을 넘었다. 이런 의제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노동자의 안전이나 비정규직·원청 간 교섭 문제, 손해배상·가압류의 잔혹한 현실을 공론화했다. 이런 과정을 좀 더 착실하게 밟으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계속 노력할 것이다.”

- 전태일 3법으로 충분할까. 유럽연합의 플랫폼 노동자 입법지침 같은 것도 필요한데.
“물론 중요한 과제다. 전태일 3법은 시대적 요구다. 오히려 늦은 해결이다. 돌봄의 국가책임 강화 같은 미래지향적 과제도 필요하다. 플랫폼노동을 비롯해 대두하는 이주노동자 문제 같은 입법과제와 정책적 대안 제시가 중대하다. 유럽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는데 사회구조가 달라 국내 실정에 맞는 방식도 찾아야 한다. 그래야 화물노동자의 투쟁에 업무개시명령을 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다시 소환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한계를 짚고 미래지향을 위한 사회적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 사회 지향성 토론 시동,
 반정부 넘어 새 사회 구상”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 지향점 토론이 필요한가.
“그렇다.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는 크게 네 가지다. 자녀교육이나 돌봄 같은 육아·양육 문제, 부동산 같은 자산과 거주문제, 노동자 고용문제 그리고 노후문제다. 이에 대한 종합적 대안을 제출하고, 그 속에서 노동문제가 같이 녹아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에 그치지 않고 사회 불평등 완화를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과제를 마련하면서 이를 실현하는 과정 속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이루는 게 필요하다. 시민사회 그리고 진보정당과 함께 논의해야 할 과제다.”

- 그런 역할을 새로운 30년 위원회가 하게 되나.
“30년 전망을 임기 내에 설정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다. 우선 민주노총의 과거를 정돈하고 평가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모든 영역의 방향을 다 설정할 수도 없다. 출발점으로서 정책 페스티벌을 열고 시작할 계획이다. 노동에 국한하지 않고 인공지능 확산이나 기후위기 문제 같은 사회 전반을 토론하게 된다. 저출생 문제의 대안도 고민 지점이다. 이런 영역은 진보정당과 시민사회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지형상 어려움이 있어 민주노총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30년 위원회에서는 노동운동의 전략적 방향을 수립하고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 변화를 어떻게 도모할지 논의해야 한다. 짧게 운영한 뒤 30년 마스터플랜을 내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담론을 형성하고 논의하고 토론하는 체제, 기구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험이 있다. 산별과 지역본부의 분담금 문제나 선거권과 연관된 권리·책임의 문제, 정치·총선방침까지 숙의의 경험이 있다. 이 영역에 민주노총뿐 아니라 다양한 거버넌스를 형성해 학계와 시민사회와의 접점도 넓혀야 한다.”

“진보정당·민주노총 단결해야 선거제도 개선”

-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진보정당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다만 선거제도에 따라 무위가 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선거제도 문제는 결국 정치지형과 연결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열쇠를 쥐고 있다. 병립형 비례냐 연동형 비례냐를 두고 민주당이 이해타산을 따질 것이란 이야기다. 민주당의 판단 기준은 선거제도 결정에 따른 여론의 향배일 것이다. 진보정치가 얼마나 힘을 모아 분노하느냐에 따라 이 대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진보정당이 민주노총과 단결하는 문제가 선거제도의 개선 또는 퇴행과도 연결된다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악에 맞선 투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런 투쟁 동력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진보정당이 힘을 모아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병립형으로 회귀해 그 경로가 막힌다고 비판해야 논리가 형성된다. 진보정당이 제각각 나뉘어 있는 상황에서 선거제도가 역행한다고 하면 논리가 잘 서지 않는다. 그래서 선거제도는 결국 정치지형에, 정치지형은 민주노총과 진보정당들 활동에 달려 있다. 진보정당이 세력화해 민주당을 심판하겠다는 강한 위협을 형성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주판알을 튕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선거제도는 매우 중요한 문제지만, 제도를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으로 판가름나지 않는다. 진보정당이 단결해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선거제도를 유지·개선하고 선거 결과도 유의미하게 낼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선거제도가 중대하므로 이를 관철하고 지키기 위한 방법론을 갖자는 것이다. 제도만 갖고 논쟁하면 되레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 연동형을 했을 때 국민의힘이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그게 병립형을 합리화하게 된다. 위험하다.”

- 지금은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역할이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 임기 시작 전이라서 어쩔 수 없다. 당선자 신분이지만 진보정당들과 논의도 하고 있다. 정의당의 제안, 그리고 진보당의 역제안이 이뤄진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이다. 그래서 내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이 사안을 논의할 것 같다. 2월 초에 정기대대를 여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1월 중 정의당과 진보당이 당원 총투표를 앞두고 있다. 4월10일이 총선일이라 늦추기 어렵다. 기본적인 사업계획은 임기 시작 전에 정리를 마치려고 한다. 대대에서 기본 방향은 다 제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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